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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실질 최저임금 동결, 소득격차 개선 원점 돌리나

등록 2022-06-30 18:03수정 2022-07-01 02:37

29일 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8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9620원으로 의결한 뒤 근로자 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8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9620원으로 의결한 뒤 근로자 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가 29일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 시급을 올해보다 460원(5.0%) 오른 9620원으로 결정했다. 올해 물가상승률 수준의 인상률로서, 실질임금은 동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경제성장이나 노동생산성 증가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삭감이다. 최저임금 계층의 실질소득이 정체해 그동안 애써 일궈온 소득격차 개선도 뒷걸음치게 됐다.

이번 최저임금 심의는 8년 만에 법정 기한을 맞췄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노사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공익위원안을 표결에 부쳐 결정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공익위원안은 정부·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의 올해 경제전망치를 종합해 경제성장률(2.7%)에 물가인상률(4.5%)을 더한 뒤 취업자증가율(2.2%)을 뺀 ‘이론 임금인상률’을 적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론 소비자물가 상승률만큼만 올린 것에 가깝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였는데, 6월에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연간 상승률이 5% 안팎에 이를 것이다.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분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삭감이라고 비판한다. 최저임금 계산에서 정기상여금의 미산입 비율이 올해 10%에서 내년에는 5%로, 현금성 복리후생비의 미산입 비율이 올해 2%에서 내년에 1%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내년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201만580원(월 209시간 기준)인데, 최저임금법이 우선 고려하도록 한 ‘생계비’가 이번 공익위원안에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도 매우 유감스럽다.

최저임금 심의가 이뤄지는 동안 재계는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임금 인상이 물가를 끌어올린다며 맞장구를 쳤다. 이런 정책 기조는 윤석열 정부 임기 내내 이어질 것 같다. 문제는 그것이 경제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없다는 데 있다.

우리 경제는 2005년부터 2017년까지 민간소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한번도 웃돌지 못할 만큼 내수 부진에 허덕여왔다. 최저임금의 큰 폭 인상 등에 힘입어 2018년 13년 만에 처음 역전됐는데, 코로나 대유행으로 또 브레이크가 걸렸다. 여기에 정부의 임금 인상 억제 정책은 급증한 가계부채와 함께 내수 부진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 최저임금 억제는 노동자들 사이의 소득격차도 다시 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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