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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윤석열 정부·여당의 ‘내로남불’ 공공기관장 사퇴 압박

등록 2022-07-03 18:39수정 2022-07-04 02:39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 임기 말 공공기관 알박기 인사는 기관장급 13명과 (비)상임이사 및 감사 등 총 59명에 이른다”고 날을 새웠다. 국회 원 구성 협상을 앞두고 갑자기 대통령특사로 필리핀으로 출국해 논란을 일으켰는데, 귀국하자마자 당일 이런 글을 올린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에 대해 “소득주도성장 정책 설계를 주도했다”며 “경제 폭망의 주범이 무슨 염치로 자리보전을 하냐”고 했고,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에 대해선 “자신이 적폐라고 불렀던 세력이 집권했는데도 알박기를 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인신공격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망신주기’를 통해 스스로 물러나게 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권 원내대표는 또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알박기” “몽니” “보험 인사” 등 거친 언사를 퍼부었다. 최근 들어 지난달 28일 한덕수 국무총리, 30일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에 이어 권성동 원내대표까지 잇따라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국책연구기관장을 향해 사퇴 압박 주장을 펴는 것이 우연으로 비치지 않는다. 필요하다면 제도를 바꿔야지, ‘알아서 물러나라’는 식으로 협박하는 게 맞는 일인가.

과거에는 정권이 바뀌면 국책연구기관장들이 사표를 내곤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해 사표를 받아냈다는 혐의로 지난 1월27일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이 수사를 윤석열 검찰이 담당했다. 또 국민의힘 전신인 당시 자유한국당이 김은경 장관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그런데 이제 위치가 바뀌니 생각도 바뀐 것인가. 직권남용죄를 피하기 위해 직속 장관이 아닌, 직권 없는 당이 나서는 것인가.

국책연구기관은 정부 국책사업을 뒷받침하는 연구를 많이 수행해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책연구기관들이 정권이 주장하는 아전인수식 논리를 제공하는 일이 적지 않았고, 이 때문에 국책연구기관의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일도 적지 않았다. 국책연구기관에 정권의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을 기관장 등으로 앉히겠다는 것은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한편으론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 국책연구기관은 정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를 위해 연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책연구기관은 정권의 전리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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