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6월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만다린 오리엔탈 리츠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스페인 마드리드를 방문했을 때,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배우자 ㄱ씨가 동행한 것이 확인됐다. 측근의 부인이자 민간인인 ㄱ씨가 경호상 기밀사항인 대통령 부부의 일정과 동선을 공유하고 같은 숙소에 머물며 행사 기획·운영 등에 관여했다는 것이다. ㄱ씨가 윤 대통령 부부의 ‘오랜 지인’이라는 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윤 대통령 부부는 ‘지인 대동’ 논란에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대통령실 설명을 종합하면, ㄱ씨는 지난달 초 대통령실·외교부 직원 등과 함께 마드리드에 ‘사전답사’를 다녀왔고 윤 대통령 부부보다 닷새 앞서 ‘선발대’로 출국했다. 현지에서 열린 행사의 실무에 개입했고 귀국 때는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했다. 적격성 및 특혜 시비를 자초한 셈이다.
대통령실은 ㄱ씨가 법적으로 이해충돌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무보수 자원봉사’로 일했다고 한다. 그런 문제를 고려했다면 처음부터 참여시키지 말았어야 한다. ㄱ씨가 영어에 능통하고 국제교류 행사 경험도 있다며 ‘전문성’을 높이 샀다고도 했는데, 그의 한방 건강식품 회사 경력과 순방 행사의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 또 그런 정도의 역량이라면 대통령실과 외교부의 인력으로도 충분하다. 결국 ㄱ씨가 “대통령 부부의 의중을 잘 이해한다”는 점이 가장 큰 ‘전문성’인 셈이다. 대통령실은 ㄱ씨가 김건희 여사를 수행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일정이 정상 외교에 집중된 만큼 ㄱ씨의 업무는 김건희 여사 행사 기획과 의전에 집중됐을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 부부는 취임 이후 끊임없이 사적 인연을 둘러싼 구설에 오르내렸다. 윤 대통령은 ‘친분 인사’로, 김 여사는 사적 지인을 공식 행사에 대동하고 자신의 회사 직원을 대통령실에 채용하며 논란을 빚었다. ㄱ씨 역시 대통령실 채용이 검토됐고 한달 가까이 부속실에 출근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윤 대통령 부부의 공적 인식이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특히 김 여사는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는 대선 당시의 약속을 내팽개치고, 해명 한마디 없이 독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문재인 전 대통령도 방탄소년단(BTS)을 동원했다”는 궤변으로 이 논란을 감싼 것을 보면 대통령 부부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 사고도 마비된 듯하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이유 없이 하락하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