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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충격적인 아베 전 총리 피격 사망, ‘정치 테러’ 용납할 수 없다

등록 2022-07-08 19:29수정 2022-07-08 23:45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가 총격으로 사망한 8일 오후 사고 현장인 일본 나라현 나라시 소재 야마토사이다이지역 인근 노상에서 시민들이 아베 전 총리를 추모하며 헌화를 하고 있다. 나라 교도/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가 총격으로 사망한 8일 오후 사고 현장인 일본 나라현 나라시 소재 야마토사이다이지역 인근 노상에서 시민들이 아베 전 총리를 추모하며 헌화를 하고 있다. 나라 교도/연합뉴스

일본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8일 거리유세를 하던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가 총격으로 사망했다. 체포된 용의자의 범행 동기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정치인에 대한 테러는 그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폭력 행위에 단호히 반대하며, 충격에 빠진 일본 사회에 깊은 위로를 보낸다.

아베 전 총리는 나라현에서 유세를 하던 도중 8일 오전 11시30분께 뒤쪽에서 다가온 용의자가 쏜 총에 목과 심장을 맞고 쓰러졌다. 병원으로 이송 당시 이미 심폐 정지 상태였던 그는 오후 5시3분 끝내 사망했다. 전직 해상자위대원으로 확인된 용의자는 ‘아베 전 총리에게 불만이 있어서 죽이려고 했지만 정치 신조에 대한 원한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8일 나라에서 선거 유세 중 총격을 받고 쓰러져 있다. 아베 전 총리는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이날 오후 사망했다. 교도통신/AP 연합뉴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8일 나라에서 선거 유세 중 총격을 받고 쓰러져 있다. 아베 전 총리는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이날 오후 사망했다. 교도통신/AP 연합뉴스

선거 유세를 중단하고 급히 도쿄로 돌아온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가 치러지는 중 일어난 비열한 만행”이라고 규탄했다. 야당 정치인들도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정치테러이자 만행”이라고 규탄하며 유세를 멈췄다. 우리 정부가 “유가족과 유가족과 일본 국민에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표한다”고 밝히는 등 세계 각국에서 추모메시지가 이어졌다.

아베 전 총리는 두 차례에 걸쳐 8년9개월 동안 집권한 역대 일본 최장수 총리다. 사임 이후에도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을 이끌며 ‘상왕’에 비견되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가 재임기간 동안 야스쿠니신사를 여러 차례 참배하며 일본의 식민지배와 침략 역사에 대한 반성을 거부하고,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노동자들에 대한 배상 판결에 반발해 수출규제 조처를 취하는 등 한일관계가 최악의 상황에 빠지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 인물임은 분명하다. 이러한 그의 정치 이념과 행보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치인을 겨냥한 총격 암살은 결코 어떠한 문제도 해결할 수 없는 방법이며 사회를 더 갈등으로 몰아넣는 일임을 분명히 밝힌다.

이번 사건은 그 자체로도 큰 비극이지만, 한일관계와 아시아 정세에도 긴 그림자를 드리울 가능성이 있다. 당장 10일 예정인 일본 참의원 선거가 ‘추모 선거’로 치러지며, 아베 전 총리가 이끌어온 자민당 내 강경파의 목소리가 더욱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평화헌법의 핵심인 9조를 바꾸고 자위대 역할을 명시하는 개헌이나 방위비 대폭 증액 등 일본 군비 강화의 동력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충격과 슬픔에 잠긴 일본 사회가 슬기롭게 이 국면을 헤쳐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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