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신요금 다양화와 소비자권익 증진’ 긴급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4일 <한국방송>(KBS) 라디오에 출연해 <한국방송>과 <문화방송>(MBC)에 대해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다 좌지우지하는 방송”, “엠비시도 민주노총 소속 그런 사람들이 다 사장하고 지도부에 다 있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이를 되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사실인데 뭐”, (엠비시 기자 질문에) “엠비시지, 민주노총 소속이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발언 내용도 문제지만, 말하는 품새도 여당 원내대표로는 너무 거칠고 오만하다. 언론 보도가 노조나 특정 집단에 의해 좌지우지된다고 보는 것 자체가 언론에 대한 얕은 인식을 드러내는 것이다. 노골적인 ‘노조 혐오’도 문제다. 지난 3월 대선 유세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전국언론노조를 더불어민주당 정권이 앞세운 강성 노조 전위대의 ‘첨병 중 첨병’이라 비난하고 “먼저 뜯어고치겠다”고 했던 발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사장 임명권이 대통령한테 있지만, 사장 임명했다고 대다수를 차지하는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들이 사장 말 듣겠느냐”고도 했다. 방송 장악 의도도 능력도 없다는 의미라는데, 이런 거침없는 발언에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던 정권의 집요한 공세와 대량 강제전배 및 해고, 그 결과 국민으로부터 공영방송 뉴스가 외면당하던 일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국회 원 구성 협상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직을 가져야 한다고 뒤늦게 적극 나서는 모습도 석연찮다. 최근 대통령실은 몇차례 방송사 보도에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다. 만약 윤 대통령의 지지율 저하가 ‘언론 탓’이라고 보고 방송사에 영향력이 큰 과방위를 가져야 한다는 의도라면, 크나큰 오산이다.
공영방송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홍역을 치렀다. 공영방송이 ‘전리품’이 되지 않으려면, 여야 나눠 먹기식 추천 인사로 채우는 공영방송 이사회부터 바꿔야 한다. 그런데 방송사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민주당의 방송법 개정안에 국민의힘은 ‘시민단체가 장악하는 안’이라며 반대만 하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앞장서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 “몰염치”하다며 사퇴를 압박해왔다. 이런 상황 속에서 별다른 근거도 대지 않은 채 언론노조와 방송사 때리기만 한다면, ‘방송 장악’ 의도의 노골화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언론인들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을 취소하고 사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