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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51일 투쟁이 우리 사회에 던진 숙제

등록 2022-07-22 18:19수정 2022-07-22 20:03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조 파업 51일째인 22일 오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제1도크에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이 점거 농성을 하고 있다.  거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조 파업 51일째인 22일 오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제1도크에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이 점거 농성을 하고 있다. 거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 51일째인 22일, 마침내 노사 협상이 타결됐다. 0.3평 ‘철제 감옥’에 자신을 유폐했던 유최안 노동자와 곁에서 고공농성을 해온 노동자 6명도 30일 만에 농성을 풀었다. 파업이 큰 불상사 없이 끝난 건 천만다행이다. 하청노동자들이 그동안 겪은 극한의 고통에 견주면 손에 쥔 결과물이 크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희생을 강요해온 우리 조선산업 구조의 실상이 이렇게라도 드러났다. 이제부터 우리 사회는 이 무거운 숙제를 풀어가야 한다.

이날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와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회사 협의회’는 아침부터 마라톤협상을 벌여 임금 4.5% 인상과 연 3회 상여금 지급 등에 합의했다. 또 ‘하청노동자 임금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운영하기로 했다고 한다. 첨예하게 대립했던 ‘파업 손해에 대한 민형사상 면책’ 문제는 협상을 계속하기로 했다. 힘겹게 이뤄낸 타결인 만큼 또 다른 ‘불씨’가 되지 않도록 사쪽이 전향적인 자세로 이 문제를 풀기 바란다.

임금 4.5% 인상은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이었던 2016년 이후 삭감된 임금 30% ‘회복’과는 거리가 매우 멀다. 현재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은 최저임금을 가까스로 넘긴 수준이다. 원청 정규직과 격차는 ‘양극화’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다. 하청노동자의 현장 인력 비중이 압도적인 사실을 고려하면, 세계 1위를 다툰다는 우리 조선업은 이들의 일방적 희생 위에 서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조선업 현장은 하청노동자들의 열악한 임금과 노동조건 탓에 비숙련 신규 인력조차 구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조선업은 대표적인 노동집약산업이다. 많은 하청업체들도 임금을 체불하거나 4대 보험을 장기 미납할 만큼 위기에 몰려 있다. 원청에서 지급하는 돈이 실비용조차 보전하지 못하는 탓이다. 눈앞의 비용 절감에만 매달리면 전체 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음을 대우조선해양은 직시해야 할 것이다.

원·하청 사쪽이 파업에 따른 민형사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타결이 늦어진 것은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여당이 ‘불법행위 엄정 대응’을 거듭 주문하며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영향이 컸다. 그런데도 정부는 협상 타결에 관한 입장문에서 “불법점거 과정에서 발생한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노사에 대한 공정한 중재자이자 조선산업을 정상화하기 위한 정책자로서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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