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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제적 악명’ 노동탄압용 손배소송 막을 ‘노란봉투법’ 서둘러야

등록 2022-07-29 18:02수정 2022-09-16 15:17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에 대한 고소와 손해배상소송 등 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에 대한 고소와 손해배상소송 등 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이 지난 22일 50일 만의 교섭 타결로 종료됐지만 민형사상 책임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은 7천억원대 손해배상소송(손배소)을 예고했고, 정부는 고용노동·법무·행정안전부 3개 부처 장관이 나서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비정규직 연대단체인 ‘비정규직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형사처벌과 손해배상소송은 헌법과 국제인권법이 보장하고 있는 파업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며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의 지적처럼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사후적 탄압, 특히 손배소를 통한 압박은 국제적으로도 악명 높은 우리나라 특유의 악습이다. 2003년 두산중공업 노동자 배달호씨가 이에 따른 고통 속에 분신 사망했고, 같은 해 손배소 철회를 요구하며 크레인 농성을 하던 한진중공업 김주익 노조위원장도 목숨을 던졌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등 수많은 이들이 ‘죽음의 덫’과 같은 손배소·가압류의 압박으로 삶을 마감했다. 2019년 김승섭 고려대 교수 연구팀의 사회역학조사에서는 손배소·가압류를 당한 남성 노동자의 30.9%가 극단적 선택을 진지하게 생각해봤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영국·프랑스·독일 등에서는 파업에 대한 손배소 자체가 매우 드물다고 한다. 소송의 한계를 규정하는 법적 장치도 마련돼 있다.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규약 위원회(사회권위원회)는 2017년 우리나라의 업무방해죄 처벌과 손배소 등 파업 노동자에 대한 보복 조처에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이 같은 국제적 상황에 비춰보면 우리 현실은 후진국이라는 낙인을 피해 가기 어렵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입법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5년 손배소가 가능한 불법 파업의 범위를 좁히고 소송 대상 범위와 액수 한도 등을 제한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손배소·가압류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노란봉투로 모금을 진행한 캠페인의 이름을 따 ‘노란봉투법’이라고 한다. 하지만 19·20대 국회에서 발의됐던 여러 법안이 제대로 심의조차 되지 못한 채 사라졌다. 21대 국회에도 관련 법안들이 다시 발의돼 있다. 헌법이 보장한 파업권을 무력화시키고 국제적 비난 대상이 된 노동탄압용 손배소를 국회는 더 이상 방치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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