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배현진 조수진 최고위원 등 최고위원들의 연속 사퇴로 집권 여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속도가 붙고 있는 가운데 휴일인 31일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의 문이 닫혀 있다. 공동취재사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준석 대표의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 이후 겸임해온 당대표 직무대행을 그만두고 조속히 당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31일 밝혔다. 권 원내대표에 앞서 조수진 의원도 이날 오전 “당은 물론 대통령실과 정부의 전면적 쇄신이 필요하다”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지난 29일엔 배현진 최고위원이 같은 이유로 물러났다. 권 원내대표마저 사퇴하면서 국민의힘은 비대위 체제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이준석 대표 쪽의 대응에 따라 비대위 전환 과정에서 격렬한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이준석 대표 징계 이후 당의 ‘원톱’에 올랐지만, 제대로 된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오히려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을 엄호하다 ‘9급 비하’ 설화를 빚었고, 윤석열 대통령과 “내부 총질” 문자를 주고받은 사실이 공개되면서 대통령의 당무 개입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국민의 신뢰와 당내 권위를 모두 잃은 만큼 당대표 직무대행에서 물러나는 것은 당연한 처사라고 본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29일 오전 국회를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유의할 대목은 권 원내대표 사퇴가 이준석 대표 체제 조기 종료와 또 다른 ‘윤핵관’ 세력의 당권 장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윤심’이 이 대표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고 여당을 대통령실의 ‘여의도 출장소’쯤으로 여기고 있다는 사실이 문자메시지 공개로 분명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비대위 전환과 이 대표 축출이 공식화한다면, 당내에서 윤 대통령에게 다른 목소리를 내기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 국정지지율 추락에 여당 이전투구가 한몫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단지 당내 비판 세력을 내쫓고 당을 친윤 충성파 일색으로 채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윤핵관 세력의 전면 등장은 윤 대통령의 오만과 불통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조수진 의원도 이날 윤핵관의 2선 후퇴를 요구했다.
윤 대통령을 필두로 한 집권세력은 무엇보다 지금의 광범위한 민심 이반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뿌리로부터 성찰하고 달라져야 한다. 공정과 상식을 깬 대통령의 인사 실패와 안이한 민생 위기 대응, 노골적 ‘부자 감세’와 전 정권에 대한 전방위 공세 등 지지층만 바라보는 행태야말로 출범 석달도 안 된 정권에 대한 국민 다수의 염증을 초래한 핵심 요인이다. 여당 지도부 물갈이로 땜질만 할 게 아니라, 국정 기조와 행태 전반을 대전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