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약식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여름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제가 국민들에게 해야 할 일은 국민의 뜻을 세심하게 살피고, 늘 초심을 지키면서 국민의 뜻을 잘 받드는 것이라는 생각을 휴가 기간 중에 더 다지게 됐다”고 밝혔다. 취임 초 국정지지율이 20%대에 머무는 등 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자 ‘초심’을 화두로 내세운 것이다. 그만큼 상황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는 이날 “어떨 땐 호된 비판으로, 어떨 땐 따뜻한 응원과 격려로 이 자리까지 오게 해준 국민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다시 한번 갖게 됐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을 7차례 언급하는 등 자세를 한껏 낮추며 성난 민심을 다독이려는 모습이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선 “국민 뜻을 거스르는 정책은 없다”고 했다.
돌아보면 지난 90여일은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되며 밝혔던, 그의 ‘첫 마음’과 정반대로 치달은 시간이었다. 그는 당시 “진영과 정파를 가리지 않고 실력 있는 전문가를 발탁해 권한을 과감하게 위임하겠다”고 했지만, 검찰 편중 인사와 개인적 인연을 중시한 인사 행태 등은 현재 지지율 폭락의 핵심 요인이 됐다. “정치의 본질은 다양한 이해, 가치와 신념의 차이가 빚어낸 갈등을 해결하는 것” “국민의 말씀을 경청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지만,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과 만 5살 초등 입학 등 정책 독주가 이어졌다.
무엇보다 그는 “우리 사회가 공정과 상식에 입각해서 돌아가고 있다는 것에 대한 믿음, 그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를 해결한다”며 “공정과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했다. 그런데 ‘비선’ 논란을 비롯해 끊이지 않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과 대통령실 사적 채용, ‘내부총질’ 언급 등 당무 개입으로 신뢰를 무너뜨린 건 윤 대통령 자신이다.
이날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사퇴했지만, 박 장관 ‘경질’은 쇄신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 돼야 한다. 그는 이날 “국민의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다시 점검하고 잘 살피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위기는 외부 충격이 아닌 내부 요인에서 비롯됐다. 국민 눈높이에 맞게 내각과 대통령실을 과감히 개편하고, 독선적이고 일방적인 국정 운영 방식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마음을 읽지 못하면 지지와 성원이 언제든지 비판과 분노로 바뀔 수 있다”던 자신의 말을 되새기며,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시 정비한다는 각오로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