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부터), 강훈식, 박용진 당대표 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양천구 CBS사옥에서 열린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당대표 후보자 방송 토론회에 출연해 기념촬영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이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도록 한 당헌 80조 개정을 놓고 논란을 빚고 있다. ‘검찰 독재로 치닫는 윤석열 정부에서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무차별 기소가 진행될 수 있다’며 개정을 요구한 당원 청원이 지난 5일 공식 요건(5만명 동의)을 채웠다. 민주당은 8·28 전당대회에서 당헌 개정안을 의결할지 논의 중이다. 오는 17일 전당대회준비위 전체회의에서 전대 상정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를 두곤 당대표 후보 간 의견이 갈린다. 이재명 후보는 “검찰권 남용이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 여당과 정부의 야당 침탈 루트가 될 수 있다”며 찬성 뜻을 밝혔다. 반면 박용진 후보는 “(80조는) 개인의 사법 리스크가 당 전체의 리스크로 번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 “개정 논란은 당 근간을 흔드는 자충수”라고 반대했다. 강훈식 후보는 “검찰 기소만으로 직무 정지가 타당한지 문제제기가 있다. 1심 유죄 선고를 기준으로 하는 게 맞다”면서도 “시기가 적절치 않다”고 했다.
각각의 주장 모두 일정한 근거가 있다. 중요한 건 공당으로서 민주당이 어디에 더 귀를 기울이고 다수의 민심과 명분에 부합하는 선택을 할 것이냐다.
먼저 이 조항이 민주당이 야당이던 2015년 문재인 당대표 시절 채택한 대표적인 당 혁신안이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현 정권에서 검찰의 정치적 악용 우려가 더 커진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제 와서 이 조항이 ‘야당 침탈의 루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얼마나 대중적 설득력을 가질지 의문이다. 국민의힘 역시 야당이던 문재인 정부 시절 같은 내용의 조항을 유지했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해 4월 재보궐선거 때도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에게 귀책사유가 있을 땐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을 바꿔 후보를 냈다가 민심의 역풍에 직면한 바 있다. 편의적 상황 해석으로 민심과 동떨어진 결정을 내리는 잘못을 반복해선 안 된다.
이번 논란이 당 바깥 다수 국민의 눈에는 이재명 후보의 ‘사법 리스크’를 무마하기 위한 ‘방탄용’으로 비친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이 후보는 “이 조항은 뇌물수수,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를 저지른 경우”여서 자신과 상관없다고 주장했는데, 그렇다면 더더구나 이 시점에 당헌 개정을 강행할 이유가 없다. 새 지도부에서 충분히 여론을 수렴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을 내리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