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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법으로 줄인 검찰 수사권, 시행령 꼼수로 되살린 법무부

등록 2022-08-11 18:56수정 2022-08-12 02:41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법무부가 11일 검찰이 직접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범죄 유형을 대폭 늘린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검찰 수사권 축소를 목표로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행령 개정이라는 손쉬운 방법으로 국회의 입법권을 형해화하는 오만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다음달 10일 시행되는 개정 검찰청법은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현행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서 ‘부패·경제 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축소했다. 그러나 법무부가 이날 공개한 시행령 개정안은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부패·경제 범죄의 개념을 대폭 확장하는 방식으로 검찰이 현재 하고 있는 수사를 앞으로도 거의 제한 없이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예컨대 공직자 범죄 가운데 직권남용과 허위 공문서 작성, 선거 범죄 가운데 매수 및 이해유도 등은 부패 범죄에 해당하므로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설 수 있다는 식이다. 같은 논리로 방위사업 범죄와 마약류 유통 관련 범죄도 경제 범죄로 규정했다. 개정 검찰청법에서 삭제된 공직자·선거·방위사업 범죄를 시행령으로 되살려 놓은 셈이다. 시행령을 통해 법에도 없는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찰 지휘권을 보장한 데 이어 또다시 꼼수로 조직의 권한을 ‘셀프 확장’하는 안하무인식 행태에 말문이 막힌다.

법무부의 꼼수에는 더불어민주당이 빌미를 제공한 측면도 있다. 지난 4월 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찰의 수사 개시 범위를 ‘부패·경제 범죄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규정했다. 시행령을 통한 수사 범위 확대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여야 협상을 거치면서 본회의에는 ‘부패·경제 범죄 등’으로 바뀐 법안이 올라갔다. 법무부는 이 ‘등’이라는 말을 악용해 사법질서 저해 범죄 등을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중요 범죄’에 포함시켰다. 앞으로도 법무부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중요 범죄’를 늘릴 수 있으니 ‘만능 치트키’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검찰총장 출신이 대통령으로 직행하고 대통령의 최측근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됐다. 인사권마저 검찰 출신이 장악했다. 이제 꼼수를 써가면서까지 검찰 수사권을 한껏 확대하겠다니, 이 나라를 명실상부한 ‘검찰공화국’으로 만들겠다는 뜻이 아니고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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