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리위 징계 과정, 비대위 전환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도중 마스크로 눈물을 닦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3일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관계자)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국민의힘 내부 권력다툼이 본격화하고 있다. 양쪽 모두 정치생명을 건 전면전 태세여서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이런 사태를 초래한 장본인인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취임 100일을 맞아 여는 첫 기자회견에서 입장 표명을 하는 것이 책임 있는 태도라 본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자신을 ‘이××, 저××’라 했다고 폭로했고, 지난 대선을 돌아보며 “양의 머리를 흔들면서 개고기를 가장 열심히 팔았던(양두구육) 사람은 바로 저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핵관’에 대해선 험지 출마를 공개 압박했다. 기자회견 뒤 국민의힘은 벌집을 쑤신 듯하다. 대부분 이 대표 비난에 급급하다. 그의 말과 행동이 일부 지나친 점이 있다 하겠으나, 국민의힘은 지금 먼저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민심과 멀어지고, 우왕좌왕하며, 권력다툼에만 온 힘을 쏟는 모습이 집권 100일을 맞은 여당의 현주소다.
이 대표도 자신이 양머리를 내걸고 개고기를 팔았다면, 이는 국민을 속인 것이다. 국민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 또 현 상황의 빌미가 된 자신의 성비위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어야 한다. 그런데 온통 ‘자기 연민과 억울함’ 밖에 없다.
아직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윤 대통령은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질문을 피해 가려 할 수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5일 “당에서 대처할 것” “대통령이 더 이상 정쟁에 얽히지 않고, 미래지향적인 정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무책임한 태도다. 대통령이 겉으로는 “당무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집권당 원내대표에게 “내부총질 대표”라는 문자를 보낸 것 때문에 지금의 비상대책위 상황에 이르게 된 것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정책에 집중하겠다’는 말이 얼마나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 추진력을 갖게 될지 의문이다. 이 대표가 대통령실이 공식 부인한 윤 대통령과의 ‘6월 독대’ 사실을 공개한 데 대해서도 해명이 필요하다. 윤 대통령은 습관적으로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은 일단 부인부터 하고, 나중에 거짓이 드러나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행동한다. 대통령의 거짓말에 우리 사회가 더 이상 관대해져선 미래를 지향할 수 없다.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 수해로 고통받는 국민들 앞에서 집권 여당은 내부 권력다툼으로 날밤을 지새우고, 모든 관심은 내후년 총선에 가 있음을 숨기지도 않는다. 당 내부에서도 “이대로 가면 모두 침몰”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국민의힘만 침몰하면 누가 뭐라 하겠나. 그 때문에 덩달아 피해를 입을 국민들은 보이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