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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한중 관계 위기서 맞은 수교 30년, 새로운 길 내려면

등록 2022-08-22 18:30수정 2022-08-23 02:43

1992년 8월24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이상옥 당시 한국 외무장관(왼쪽)과 첸치천 중국 외교부장이 한중 외교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1992년 8월24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이상옥 당시 한국 외무장관(왼쪽)과 첸치천 중국 외교부장이 한중 외교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전쟁에서 적으로 맞섰던 한국과 중국이 1992년 8월24일 냉전의 그림자를 뒤로하고 수교했다. 한국의 투자와 기술이 중국의 노동과 토지, 시장을 만나 윈윈의 시대를 열었다. 중국은 한국 수출의 25%(2021년)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 되었고, 악화하는 북핵 문제 해결에도 중국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한-중 관계의 버팀목이 되었다.

수교 30년을 맞아 한-중 관계는 위기와 갈림길 위에 있다. 2016년 주한미군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를 계기로 한국인들은 중국과의 관계에 의구심을 품게 되었다. 사드 문제는 지난 9일 양국 외교장관 회담을 계기로 다시 먹구름으로 떠올랐다. 중국이 기존에 배치된 사드의 운용 제한까지 더한 ‘3불-1한’을 공식 요구하고 나서자, 한국 대통령실은 “사드는 안보주권 사항으로서 결코 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이달 말까지 성주 사드 기지를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외교장관 회담 결과를 전하는 중국 쪽 자료에 북핵 관련 내용은 전혀 등장하지 않아, 북핵 문제 해결에서 중국이 한국과 의미 있는 협력을 하는 것이 어려워졌음을 확인하게 한다.

경제 분야에서도 한국이 수출한 중간재를 활용해 중국이 완제품을 세계로 수출하는 협력·보완 관계에서 이제는 첨단제품에서 경쟁하는 관계로 변하고 있다. 중국의 기술 발전과 자급자족을 강조하는 정책이 한 원인이다. 이에 더해 미-중 패권 경쟁 속에 미국이 중국과의 첨단기술 공급망 디커플링(분리)을 추진하면서 한국 기업들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신세가 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에 이어 전기차·배터리·핵심광물까지 대중국 공급망 단절 범위를 확대하고 나섰는데 이런 흐름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80%의 한국인이 중국을 부정적으로 여길 정도로 대중국 인식이 악화된 것은 한-중 관계의 근본적 위기를 보여준다. 중국은 이런 한국의 여론에 대한 책임을 돌아봐야 한다. 왕이 외교부장이 한국을 향해 ‘5가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제시하는 등 한국을 내려다보고, 한국을 미-중 관계의 ‘말’처럼 여기는 듯한 중국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안보, 경제, 국민들의 상호 인식 모두에서 한-중 관계의 딜레마가 커졌다. 두 나라는 서로 중요한 이웃이며, 관계를 공들여 관리하고 개선하기 위해 서로 더 노력해야 한다. 한국은 핵심적인 국가이익이나 주권이 걸린 문제에서는 강대국과의 외교에서도 우리 원칙을 분명히 세우고 적극 설득하는 외교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중국에 대한 과도한 시장·원자재 의존을 줄이고 다양한 대안을 만들어가면서 한국과 처지가 비슷한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내 여론을 통합하고 신중함과 유연함을 발휘해야 한다. 한-중 관계의 새로운 지도를 정확하게 그리고 길을 만들어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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