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 26일(현지시각)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경제정책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잭슨홀/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주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통화긴축 유지’ 발언이 우리나라 금융·외환시장에도 큰 후폭풍을 몰고 오고 있다. 29일 원-달러 환율이 13년4개월 만에 처음으로 1350원을 돌파하고, 코스피는 2% 넘게 급락했다. 연준의 통화긴축 장기화 영향으로 국내적으로는 금리와 환율이 동시에 압박을 받으면서 물가와 성장, 경상수지 등 경제 전반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7일(현지시각) 미국 잭슨홀에서 <로이터>와 한 인터뷰에서 “한은의 통화정책이 한국 정부로부터는 독립했지만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보다 금리인상을 먼저 종료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전날 “물가 안정을 위해 상당한 기간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아직 멈추거나 쉬어갈 지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한·미 기준금리는 연 2.5%로 같은데, 미국이 다음달 회의에서 0.75%포인트 올리면 다시 한·미 간 금리 역전이 발생하게 된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도 연말에 3%에 이를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한·미 중앙은행 수장이 높은 물가 수준이 상당 기간 유지될 수 있다고 강력히 시사하고 있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최근 물가상승률이 둔화하면서 일각에선 인플레 조기 종식 기대감도 있었으나 그런 낙관적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3고’(고금리·고환율·고물가) 현상이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인플레를 잡기 위해서는 고통스럽지만 금리인상이 불가피한 만큼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은 단단히 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부채 의존도를 낮추는 게 필요하다.
환율이 그동안 심리적 저항선이었던 1350원을 돌파한 것은 외환시장이 보내는 경고 신호로 봐야 한다. 29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9.1원 오른 1350.4원에 마감됐다. 우리나라 경제위기는 항상 외환시장에서부터 시작됐던 만큼 금융당국은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될 것이다. 다행인 점은 1998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달리 달러 초강세에 따라 주요국 통화와 비슷하게 평가절하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원유·가스 등 원자재 수입의존도가 매우 높아 경쟁국에 견줘 받는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강달러 현상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금융당국은 외환시장 안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