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수입 가격 상승 영향으로 8월 무역수지가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사진은 8월28일 서울의 한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국제유가와 여러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소비자 물가가 크게 오르고,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한국은행의 통화긴축으로 금리가 오르고 있다. 그 영향이 경기 전반에 파급되면서 소비가 감소하고, 생산과 투자도 흔들리는 가운데 무역적자 규모도 갈수록 커가고 있다. 8월 무역수지가 94억7천만달러 적자로, 1956년 무역통계 작성 이후 66년 만에 월 기준 최대치를 보였다. 경제 현상들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하나의 지표를 개선하자면 다른 것이 더 악화될 수도 있다. 그래서 무역수지 개선에만 초점을 맞출 일은 아니지만, 적자가 이렇게 계속 커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무역적자 확대의 핵심 원인인데, 불요불급한 소비 억제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무역수지는 4월부터 8월까지 5개월 연속 적자였다. 흑자 구조가 정착돼 있던 우리 경제에서 14년여 만에 일어난 일이다. 8월 말까지 누적 적자액은 247억2천만달러에 이른다. 그동안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초강력 긴축에 따른 한-미 간 금리차가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렸는데, 1일엔 사상 최대 무역적자가 환율 종가를 1354.9원으로 17.3원이나 끌어올렸다. 무역적자에 뿌리를 둔 환율 상승은 거시 경제의 안정성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물가에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최대 수출 상대국인 중국의 경기침체로 대중국 수출이 줄고,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업황이 나빠진 게 일부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그보다는 원유 등 에너지 가격이 올라 수입액이 크게 늘어난 것이 무역적자를 키우는 주요인이다. 8월 에너지 수입액은 185억2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88억6천만달러(91.8%) 늘어났다. 석유제품 수출액이 35억달러 늘어난 것을 고려해도 에너지 부문 적자액이 53억달러가량에 이른다.
가격이 급등해 우리 경제에 큰 짐이 되고 있는 에너지 소비를 가급적 줄여야 한다. 산업 활동을 제약하는 소비 감축은 피해야겠지만, 불요불급한 소비는 억제를 유도해야 한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 통계를 보면, 올해 7월 말까지 국내 석유제품 소비는 작년 같은 기간에 견줘 경유가 3.5% 줄었을 뿐 휘발유는 1.2% 늘고, 엘피가스는 9.6% 늘었다. 정부가 유가 상승으로 인한 가계 부담을 덜기 위해 유류세를 낮췄는데, 에너지 소비에 미치는 영향도 따져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