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2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집단국 소속 지주회사과를 폐지한다고 입법예고했다. 기업집단국은 재벌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위법 행위 감시와 제재 등을 담당하는데, 그 가운데 지주회사과는 지주회사의 설립·전환 과정을 관할하고 재벌 일감 몰아주기 등 제도 위반 행위를 조사하는 일을 해왔다. 새 정부에서 이뤄진 첫 공정위 조직 개편이 지주회사과 축소인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친기업’을 표방한 윤석열 정부가 공정위의 재벌 감시·견제 기능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밖에 달리 해석하기 어렵다.
공정위는 지난 2일 정원 11명인 지주회사과를 폐지하는 내용으로 ‘공정위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공정위는 5명 정원의 지주회사팀을 꾸리는 방안을 행정안전부와 협의 중이라고 한다. 앞서 2017년 공정위는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한 뒤 기업집단과를 국으로 확대했다. 이때 지주회사과를 신설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5월 기업집단국을 정규조직으로 확정하면서 지주회사과는 1년 뒤 재평가를 받도록 했는데, 정권이 바뀐 뒤 실시한 평가에서 행정안전부가 과의 폐지를 결정했다. 행안부는 폐지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는 규제심판부를 만들어 각 부처에 규제개혁 권고안을 내는 등 ‘규제개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핵심은 대기업 규제 완화·폐지다. 윤 대통령이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로 대학 후배인 한기정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지난달 18일 지명한 것도 그런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한 후보자는 상법·보험법 전문가로 경쟁법을 다뤄본 적이 없는 인물인데, 지명 다음날 출근하면서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혁신해서 마음껏 자유롭게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이 신속히 규제를 마련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 새 정부가 ‘자율 규제’를 내세우는 것에서 보듯, 공정거래 질서 확립이 크게 뒷걸음질을 하지 않을까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지주회사과는 올해 샘표㈜와 대명화학의 지주회사 행위 제한, 에스케이씨㈜의 자회사 행위 제한 규정 위반을 제재했다. 지주회사 수는 지난해 말 현재 168개로 이 가운데 대기업집단 소속이 48개다. 대기업집단 소속 지주회사는 2018년 37개에서 꾸준히 늘고 있다. 해야 할 일이 더 늘어나는 지주회사과를 폐지하는 것은 이런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으로 철회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