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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기업·주요대 이전’ 불쑥 던진 이상민 장관

등록 2022-09-06 18:29수정 2022-09-07 02:08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중요 장기 미제사건 해결에 기여한 현장 경찰관에 대한 유공 표창을 수여한 뒤 격려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중요 장기 미제사건 해결에 기여한 현장 경찰관에 대한 유공 표창을 수여한 뒤 격려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6일 윤석열 대통령 임기 안에 국내 대기업 3~5곳과 주요 대학, 특수목적고등학교 등의 지방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취지를 뭐라 할 사람은 없겠지만, 사회적·경제적 파장이 큰 사안을 토론 한번 없이 불쑥 제기하는 방식이 문제해결에 어떤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만 5살 입학’ 논란에서 정부가 배운 것이 없는 듯하다.

이 장관은 이날 공개된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역 균형발전의 방편으로 대기업·대학·특목고 ‘패키지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공공기관 이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대기업 이전과 함께 “대기업에 인재를 공급할 주요 대학과 대기업 자녀들이 공부할 특목고를 세트로 묶어”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20대 대기업’,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서강대’ 등을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행안부가 지역 균형발전 정책의 주무 부처인 것은 맞는다. 지역 소멸은 한국 사회가 부닥친 핵심 위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가 밝힌 대기업과 대학 이전 등은 대통령 공약이나 국정과제에서 한번도 언급되지 않은 사안이다. 한차례의 공론화 과정도 없이 이해 관계자들이 난마처럼 얽혀 있는 방안을 ‘기습적’으로 제안하고, “지금부터 관계부처 장관들과 협력하겠다”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대학이나 특목고를 특정 기업의 인력수급기관 정도로 여기는 인식 또한 우려스럽다.

이 장관은 보건복지부를 보건부와 복지부로 분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는데, 막상 보건복지부 안에선 논의된 바 없다고 한다. 여성가족부 폐지와 맞물려 여가부의 가족정책 기능과 분리된 복지부를 합치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이 역시 정부 차원에서 공론화된 적은 없다. 행안부가 정부조직법의 소관 부처이긴 해도 부처를 마음대로 쪼개고 붙일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상민 장관은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만큼 그의 발언은 무게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언급된 해당 부처와 거론된 대학 등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행안부는 “취임 뒤부터 장관이 계속 관심 있던 사안으로,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 구체적으로 추진되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문제의식이 타당하더라도 이를 현실화시키려면 수많은 공론화 작업과 토론, 설득이 병행되어야 한다. ‘아니면 말고’ 식의 처신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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