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원내대표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당 안팎에서 퇴진 요구를 받던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일 오후 원내대표직 사퇴를 선언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전국위원회를 열어 5선 중진 정진석 의원을 당대표 격인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2선 후퇴’라는 평가도 일부 있지만, 또 다른 윤핵관인 정 의원이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되면서 ‘도로 윤핵관 비대위’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헌·당규 개정과 새로운 비대위 전환을 위해 원내대표로서 해야 할 일”이 있어 사퇴 시기가 늦춰질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는 리더십 위기를 비롯한 당의 모든 혼란의 책임을 이준석 전 대표에게 돌렸다. 또 법원의 주호영 비대위원장 직무정지 결정은 ‘사법의 정치 개입’이라고 규정했다.
집권세력 혼란의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 가운데 한명인 그가 자신에 대한 언급 없이 ‘남 탓’과 ‘자화자찬’만 늘어놓은 건 어이없는 일이다. 물론 이 전 대표의 성상납 의혹은 명백히 밝혀져야 하고 그에 따른 책임은 이 전 대표가 져야 한다. 그렇다고 현재 분란의 당사자인 권 원내대표가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넘어가는 건 전형적인 ‘유체이탈’ 화법이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과 주고받은 ‘내부 총질’ 문자메시지 노출에 대해 “정치인도 사생활이 있다”며 언론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강제 북송 공론화와 민주노총, 시민단체 문제 제기 등을 치적으로 내세우며 “(좌파진영이 붙인) 극우·혐오 낙인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로서 민생 위기 극복 노력이나 여야 협치 대신 진영 간 갈라치기만 앞장선 것이 자랑이라는 사퇴의 변은 오만하기까지 하다.
국민의힘 다른 중진 의원들을 제치고 현직 국회부의장인 정진석 의원이 ‘굳이’ 비대위원장을 맡으면서, 국민의힘은 결국 ‘윤심’과 ‘윤핵관’의 자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 거듭 확인됐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정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어느 때보다 풍요로워야 할 추석, 국민들은 태풍과 민생고에 시름하는데 국정에 무한책임을 진 집권여당은 ‘권력 다툼’에 날 새우며 반성할 줄도 모른다. 전날 마무리된 대통령실 쇄신 작업 역시 ‘검핵관’은 건재하고 실무직원 50여명만 퇴출하는 식으로 마무리되는 등 민심을 고려한 흔적은 없다. 집권세력에 혁신 의지는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