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 오하이오주 뉴 알버니에서 열린 인텔의 반도체 공장 착공식에서 “반도체 칩의 미래는 미국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연설하고 있다. 뉴알버니/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바이 아메리칸’ 정책의 성과를 자화자찬하는 가운데, 미국 언론에서도 부작용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바이 아메리칸’ 정책의 핵심인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칩과 과학법’이 과도하게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동맹을 차별하는 상황에 대해 바이든 정부가 실질적 대안을 내놓아야 할 때다.
바이든 대통령은 9일 인텔의 오하이오주 반도체공장 기공식에 참석해 “반도체 칩의 미래는 미국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건설에 거액의 보조금을 주는 칩과 과학법, 북미산 전기차만 보조금 대상으로 삼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미국 제조업을 되살리고 일자리를 늘릴 것이라는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언론에서도 ‘바이 아메리칸’ 정책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8일 ‘제조업 귀환의 신화’라는 칼럼에서 중국뿐 아니라 일본과 유럽연합(EU) 등 우호국들의 공급망에서 빠져나와 북미에서 생산되는 차에만 보조금이 제공된다며 동맹국 차별 문제를 거론했다. 지난 2일 한국산 전기차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 사태를 “배신당했다”고 표현했던 <블룸버그>는 10일에는 유럽연합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인지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유럽연합 무역담당 집행위원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는 이 매체에 “현지 생산을 요구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여러 차별적 요소들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월21일 한-미 정상회담 뒤 공식 만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 동맹이 첨단기술 동맹과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위 고 투게더”(우리 함께 갑시다)로 화답했다. 하지만 이번 한국산 전기차 차별은 바이든 행정부가 ‘경제안보 동맹’을 강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미국의 산업역량 강화라는 보호주의 정책을 내세우는 모순적 요소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에 대해 분명한 원칙과 대안을 내놔야만 동맹의 협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18일부터 영국·미국·캐나다를 방문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과 유엔총회에 참석하고 한-미 정상회담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전기차 보조금 차별 문제의 실질적 해법에 합의하지 못한다면 ‘빈손 순방’이라는 여론의 엄중한 평가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