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선 연장전’ 정기국회 우려, 민생 최우선은 말뿐인가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국회에서 주요 당직자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여야 정쟁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8일 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했다. 민주당도 지난 5일 윤석열 대통령을 똑같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해 맞불을 놨다. 이 대표 혐의는 대선 후보이던 지난해 12월 방송 인터뷰에서 대장동 개발사업 실무자였던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답변한 게 허위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 혐의는 역시 후보자 시절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여부에 대해 “모든 거래를 증권사 직원에게 일임했다”고 말했는데, <뉴스타파> 보도로 허위라는 점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정치탄압”이라 하고, 국민의힘은 “법대로”라 한다. 민주당은 정치탄압대책위원회를 만들었고,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 의혹 관련 대응 태스크포스(TF)를 만든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여야는 12일 각각 기자회견을 열어 약속이나 한 듯 ‘민생’을 앞세웠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로 서민들의 삶은 날로 힘겨워지고 있다. 고환율에도 수출 부진이 계속되고, 반도체 위기,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국내외 경제 불안의 끝이 안 보인다. 19일부터 본격화되는 가을 정기국회는 여야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나라 살림살이와 민생대책을 논의하는 시간이다. 그러나 여야 상황을 보면, 이 대표 검찰 고발과 ‘김건희 여사 특검’ 논란 등 이번 정기국회가 치열한 ‘대선 연장전’이 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얽힌 실타래를 풀려면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다. 윤 대통령은 ‘사회적 약자 우선 복지’, ‘민생 올인’을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내년 예산안은 ‘서민 외면, 부자 감세’ 예산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취약계층 일자리 예산은 대폭 축소하고 종부세는 감세하면서 ‘약자 우선 복지’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또 민생문제 해결을 위해선 야당과의 원만한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늘 “(정쟁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며 짐짓 민생에만 열중인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현장방문만 한다고 민생이 해결되지 않는다. 정치를 외면해야 민생이 풀리는 게 아니라, 정치로 민생을 풀어야 한다. 이재명 대표도 “민생을 위해 언제든 초당적 협력을 하겠다”고 했다.

양쪽 모두 말하는 대로 행동하면 된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기 바란다.

12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추석민심 기자회견에서 박범계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