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과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특위위원들은 이날 ‘납품단가 연동제’의 조속한 법제화를 주문했다. 공동취재사진
원자재값 급등 현상이 지속되면서 납품단가에 원자재값 상승분을 반영하도록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이달부터 자율적인 ‘납품대금 연동제’를 시범운영하기로 했지만 참여기업 수가 제한적인데다 이미 오른 원자재값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하는 등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이명박 정부 때 도입한 ‘납품단가 조정협의제’처럼 또 한번의 ‘말잔치’가 되지 않도록 하려면 제재 규정 등을 법에 명시하는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4일 위탁기업 41곳(대기업 29곳 포함), 수탁기업 294곳과 함께 ‘납품대금 연동제 자율추진 협약식’을 열 예정이다. 참여기업들은 납품대금 연동이 적용되는 물품과 연동 기준 등이 기재된 특별약정서로 계약을 맺게 된다. 니켈·알루미늄 등 원자재 값이 기준시점 대비 3% 이상 또는 -3% 이하 변동 시 납품대금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참여기업의 실적에 따라 장관 표창 수여, 동반성장지수 평가에 반영 등 인센티브(유인책)를 부여할 방침이다.
이 제도는 원자재 가격 급등 시 납품대금을 어떻게 조정할지를 계약 단계에서 미리 협의해 정한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르다. 2008년 도입한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는 사후적으로 협의하는 방식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5월 납품업체 400여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수탁기업의 요청에도 위탁기업이 협의를 개시하지 않은 경우가 48.8%에 이르렀다. 절반 정도는 협의 자체를 거부당한 셈이다. 이번에도 대기업이 얼마나 자발적으로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연동 조건과 제재 규정 등을 법에 명시함으로써 대기업의 참여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중소기업 간 현실적인 협상력 차이를 고려해 중소기업협동조합이 공동 협상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원자재값 급등이 2년째 지속되면서 중소기업의 시름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원자재 가격은 전년 대비 평균 47.6% 급등했으나 납품단가 상승률은 10.2%에 그쳤다. 납품단가 조정 문제는 대-중소기업 간 갈등의 핵심 쟁점이 된 지 오래다. 우리 사회가 당면한 양극화와 불평등,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그러나 정부는 ‘선 자율운영 후 법제화 검토’를 기본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 정부가 소극적이라면 국회가 주도해서라도 조속히 법제화를 이루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