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전경.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878억여원을 들여 외빈 접견을 위한 영빈관을 신축하려던 계획을 16일 철회했다. 민생 위기 속 서민 지원에 써야 할 돈을 ‘집무실 용산 이전’ 뒷감당에 활용한다는 비판이 거세자 뒤늦게 물러선 것이다. 막대한 세금이 소요되는 계획을 불투명하게 추진한 것도 문제지만, 대통령 집무실 이전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점도 우려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의 자산이 아닌 국가의 미래 자산으로 국격에 걸맞은 행사 공간을 마련하고자 했으나, 이 같은 취지를 충분히 설명해 드리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며 영빈관 신축 계획을 전면 취소하라고 지시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전했다. 앞서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국유재산관리기금 2022년도 예산안'을 보면, 기재부는 외빈 접견과 각종 행사 지원을 위한 대통령실 주요 부속시설 신축 사업에 878억6300만원의 사업비를 편성했다. 사업 시행 주체는 ‘대통령비서실', 사업 수혜자는 ‘국민'이다. 애초 윤석열 대통령이 공언한 ‘집무실 이전 비용’ 496억원의 갑절 가까운 금액이다.
이에 대통령실은 집무실 용산 이전 뒤 내외빈 행사를 국방컨벤션센터 등 외부에서 진행했지만, 경호 비용과 시민 불편이 초래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윤 대통령이 ‘용산 시대’를 선언했을 때 이미 제기됐던 우려다. 윤 대통령은 외국 귀빈 접견을 위해 청와대 영빈관을 활용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대통령실이 영빈관 신축 방안을 언급한 적은 한 차례도 없다.
슬그머니 예산을 끼워넣는 것도 문제지만, 대통령실 이전 비용 자체가 끝없이 불어나는 추세다. 최근 공개된 정부 예산 전용 내역을 보면 국방부와 행정안전부, 경찰청 등 3곳의 추가 비용이 306억9500만원에 이른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합동참모본부의 신축·이전 비용을 1200억원이라고 한 반면,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5월 국회에서 “2천억~3천억원 사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으로 추가 비용이 얼마나 더 들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고물가와 고금리 등 민생 위기는 심화되는데, 대통령실이 1천억원 가까운 돈을 들여 당장 내년부터 영빈관을 새로 짓겠다는 걸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되겠나. 더욱이 올해 초 공개된 김건희 여사 녹취록에서 김 여사가 “(영빈관을) 옮길 거야”라고 언급했던 것을 고려하면, 영빈관 신축 계획은 더욱 투명하게 진행되었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실 이전과 관련된 추가 비용을 명확히 밝히고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