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등 노동·종교·법률·시민단체 대표와 회원들이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일명 노란봉투법)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 3권을 무력화하는 손배·가압류 금지와 하청의 사용자 책임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노동자들의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소송을 막자는 취지의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 쟁점 법안으로 떠오르자 재계와 여당이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불법 파업까지 면책하는 법’이라는 왜곡된 주장을 펴는가 하면 “황건적 보호법”(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이라는 극단적 발언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노란봉투법은 불법 파업에 대한 손배소 자체를 금지하자는 취지가 아니다. 폭력·파괴행위를 수반한 쟁의행위에 대해선 더더욱 그렇다.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지금까지 지나치게 협소했던 합법적 쟁의행위의 범위를 헌법과 국제기준 등에 맞게 정상화하자는 것이다. 하청노동자들이 원청기업을 상대로 노동3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대표적이다. 얼마 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이 그랬듯 노동조건에 관한 실질적 결정권을 가진 원청기업이 협상 자체를 거부하면서 점거농성 등으로 나아가는 사례가 많다. 국제노동기구(ILO)는 ‘결사의 자유’ 기본협약에 따라 하청노동자들이 원청기업을 상대로 노동3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협약은 우리나라도 비준해 지난 4월 발효됐다.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도 협약 비준과 노동법 쟁점을 연구한 보고서에서 원청기업을 사용자로 보는 것이 ‘괜찮은 대안’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기업들의 손배소가 실제적인 손해 회복보다 노조 활동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돼왔다는 점도 노란봉투법이 등장한 배경이다. 특히 노동자 개인들을 상대로 감당 못할 액수의 손배소를 내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렵다. 노조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이 이런 위협으로 위축된다면 헌법의 노동3권 보장은 껍데기에 불과하게 된다. 쟁의행위가 불법 파업으로 번졌을 경우에도 노조가 아닌 개별 조합원은 소송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엄격한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 재계에서는 ‘재산권 침해’라고 반발하지만, 재산권은 헌법상 절대적 권리가 아니며 또다른 헌법적 권리인 노동3권과 균형 있게 추구돼야 한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지킬 최후 수단인 파업에 참여했다가 천문학적 액수의 손배소에 일상이 파탄나고 급기야 극단적 선택까지 하는 비참한 현실을 언제까지 방치할 수는 없다. 그것이 헌법과 국제규범에 맞지 않기에 더욱 그렇다. 노란봉투법은 변화된 노동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등 시대에 뒤떨어진 노동법 체계를 정상화하는 첫걸음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