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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총리도 수석도 몰랐다는 영빈관 신축, 누가 책임지나

등록 2022-09-20 18:03수정 2022-09-21 02:37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19일 ‘용산 영빈관’ 신축에 대해 “몰랐다. 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전날에는 대통령실 소수 참모와 경호처 정도를 뺀 수석급 참모들도 언론 보도 전엔 추진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중앙일보> 보도가 나왔다. 한 총리는 “윤 대통령도 이 문제가 언론에 나오고 의원님들께서 말씀을 하시니까 그 문제를 보고받으신 것”이라고도 했다. 명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대통령도 사전에 몰랐을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충격적이다. 민생 위기 속에 878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하나도 급할 게 없는 영빈관을 새로 짓는 데 쏟아붓겠다고 나선 것도 상식 밖이지만, 정권 수뇌부 누구도 알지 못하는 사이 일사천리로 계획이 추진되고 예산 편성까지 이뤄졌다는 사실 앞에선 그저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비선이 움직인 국정농단 사건의 기억이 생생하기에, 대통령실 내부 ‘이너서클’이 비밀리에 가동된 것 아니냐는 의문까지 들게 된다. 한 올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이 지경이 되고도 대통령, 총리, 대통령실 고위 참모 누구 하나 책임지고 사태를 수습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 등에게 제대로 보고되지 않고 정무적 판단이 되지 않았다면 대통령 비서실장 이하 책임자는 문책·경질돼야 한다”며 “국민은 영빈관 이전에 김건희 여사가 연루되지 않았느냐는 합리적 의구심을 갖는다”고 짚었다. 그러나 한 총리는 “정확한 사실을 모르는 상황에서 뭐라고 말씀드릴 수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럴 거면 ‘책임총리’라는 말은 두번 다시 꺼내선 안 된다. 대통령 부부는 해외 순방 중이고, 대통령실은 한마디 해명 없이 입을 닫고 있다. 가히 국정 지휘부의 총체적 난맥이라 할 만하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실과 정부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의혹 규명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실과 내각은 즉각 감찰에 착수해 추진 주체가 누구인지, 경위와 과정은 어떠했는지 국민 앞에 소상히 밝혀야 한다. 감사원 또한 감사권은 이럴 때 쓰라고 주어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국회도 경각심을 갖고 움직여야 한다. 대정부질문, 국정감사는 물론 필요하면 국정조사도 못할 이유가 없다. 이대로 진상이 묻힌다면 ‘이게 나라냐’는 목소리가 다시 터져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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