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 걸려있는 대부업 대출 광고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 7월 금융위원회 발표를 포함해 청년 채무조정 방침이 나올 때마다 ‘도덕적 해이론’이 늘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 실상을 우리가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지 <한겨레>가 9월13일치부터 보도한 ‘저당잡힌 미래, 청년의 빚’ 시리즈는 뒤돌아보게 한다. 기사가 전한 청년들의 실상은 충격적이다. 26살 때 100만원을 빌렸다가 8년간 이자만 225만원을 냈다는 청년, 10년 전 500만원을 빌린 뒤 원금은 한푼도 못 갚은 채 이자만 1천만원 냈다는 30대 초반 등 다양했다. 주식·가상자산 투자를 하려고 돈을 빌렸다가 이제는 대출을 갚기 위해 대출을 받는다는 청년들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전월세 자금과 병원비 등 생계비 마련이 이유였다. 기자가 대부업체에 취업해 3주간 상담사로 접촉한 청년들은 우리 사회의 아픈 자화상이다.
빚 수렁에 빠진 청년들은 500만원 이하 소액 빚을 진 경우가 많았고,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 빚이 있는 다중채무자라는 특징이 있었다. 대부분 배달·알바 등 불안정한 일자리로 소득이 부족해 연체를 하고 있었다. 그나마 신용등급 5~7등급(10등급 기준)은 돼야 대부업체에서도 대출이 가능하다니 8~10등급은 더 절박할 것이다. 사채 선이자로 3467%를 떼인 36살 청년의 사례도 있었다.
청년들이 빚 수렁에 빠지는 데 우리 사회가 방조를 하지 않았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단 몇분 만에 스마트폰으로 대출이 가능하도록 한 정부의 무분별한 규제완화, 수익 창출에만 몰두하는 금융기관의 탐욕, 기본적인 금융교육마저도 하지 않은 교육기관의 무신경 등등.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들은 대출규제를 강화했으나 우리는 ‘빚 권하는 사회’로 역주행해왔다. 법정 최고이자인 연 20% 대출을 받고서도 ‘대출이자는 다 그 정도 되는 줄 알았다’는 사회 초년생의 말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응축적으로 보여준다.
청년들이 부채의 늪에서 헤어나기 위해선 법원의 개인회생·파산, 신용회복위원회의 워크아웃 등 채무조정 제도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기자가 채무자들과 한 300여차례 통화 중에서 부채의 악순환에서 벗어난 사례는 3건뿐이었는데, 이런 제도를 통해서 가능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청년들에겐 문턱이 높다. 법원과 금융기관들이 청년들은 일을 해 빚을 갚을 수 있다고 여기는 탓이다. 청년들이 다양한 채무조정 제도를 이용해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정부와 사회가 도와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