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으로 소상공인 체감경기가 사회적 거리두기 때와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2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한 상인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경제가 백척간두에 서 있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 돌파 뒤 연일 치솟는다. 무역수지는 6개월 연속 적자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이다. 금리인상과 물가상승 이중고가 국민들을 짓누른다. 문제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긴축 기조는 내년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제쯤 진정될지 알 수 없다. 대만 긴장 고조까지 겹쳐 불확실성이 점점 치솟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미국 성장률을 0.5%로 전망했다. 세계은행은 최근 중국의 올해 성장률을 기존 4~5%에서 2.8%로 대폭 하향조정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세계 경제 위기에 그대로 노출된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기업들도 위기다. 애플의 생산 확대 계획 철회, 중국 성장 저하 등으로 한국 수출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이 흔들린다. 자동차도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여파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철강·화학도 수요 둔화로 전망이 어둡다. 글로벌신용평가사 피치는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정부 전망치(2.5%)보다 훨씬 낮은 1.9%로 전망했다. 국내총생산(GDP) 구성요소가 수출, 소비, 투자인데, 무역수지는 사상 최대 적자, 소비는 위축 징후, 여기에 정부 재정운용 기조는 긴축이다. 어디 하나 의지할 곳 없다.
세계 경제 위기는 책임있는 국가들이 나서 글로벌 정책 공조로 이끌어야 하는데, 미국은 금리인상에 불붙이고, 주요국들은 각자도생 환율 방어에 나서 금융 불안정은 더욱 가속화된다. 우리 정부는 위기 가능성이 낮다고 한다. 경제는 심리여서, 정부가 불안감을 조장하기보다 안정시키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위기 경로를 미리 파악하고 안전판을 쌓는 등 부산하게 움직여야 한다. 수출 독려, 국가신인도 관리, 자본유출 주시, 그리고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사회안전망 강화 등 태풍 오기 전 방수벽 설치하듯 할 일이 태산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신뢰’를 줘야 한다. 바깥에서 불어닥친 경제위기에 정부 탓할 순 없다. 컨트롤타워에 대한 믿음을 가질 때, 기업과 가계는 정부 방침을 따르며 버틸 수 있다. 그러나 능력도 말도 믿지 못하면, 각자도생에 나설 수밖에 없고, 정부 정책은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다. 이 경제위기 국면에서 윤석열 대통령 바라보며 안심하는 국민이 몇명이나 되겠는가. ‘바이든, 날리면’ 대책회의 하고, 화내고, 고발하고, 그럴 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