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밤 군이 발사한 현무-2 탄도미사일이 발사 직후 강릉 공군기지 내에 떨어지면서 불길과 함께 큰 폭발음이 여러 차례 들려 주민들이 불안한 밤을 보냈다. 강릉 시민이 제공한 사진이다. 강릉/연합뉴스
북한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하기 위해 4일 밤 실시한 한미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에서 한국 미사일 1발이 발사 직후 우리 군 기지에 떨어졌다. 사고 뒤 8시간 동안 군은 상황을 주민들에게 설명하지도 않았다. 자칫 큰 참사가 됐을 수도 있는 사고 자체도 아찔하거니와 군의 무책임한 대응 또한 기가 막힌다.
4일 북한이 일본 상공을 넘어 태평양 쪽으로 4500㎞나 날아간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응해 한미 연합 사격에 나선 군은 이날 밤 11시께 강릉 모 비행단 내 사격장에서 현무-2C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사일은 원래 동해 방향으로 발사할 계획이었으나 거꾸로 비행해 기지 내부 쪽으로 약 1㎞ 날아가 군 골프장에 떨어졌다고 합참은 밝혔다. 발사지점으로부터 후방 1㎞ 지점에서 탄두가 발견됐고, 떨어져 나간 추진체는 여기서 400여m 더 뒤쪽에서 발견됐다. 탄두가 발견된 곳과 가장 가까운 민가의 거리는 불과 700m다. 한·미 양국은 이어 5일 0시50분께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 4발을 발사했다.
현무 미사일 낙탄 사고로 큰 불길과 폭발음이 강릉 시내를 뒤흔들면서, 주민들은 밤새 불안에 떨었다. 하지만 군 당국은 주민들에게 아무런 안내도 하지 않았고, 소방과 시청 등의 계속된 문의에도 자세한 설명 없이 훈련 중이라고만 밝혔다. 5일 아침 7시 합참은 한·미가 에이태큼스 미사일 4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해 “대응 능력을 보여줬다”는 자료를 냈다. 기자들의 문의가 빗발치자 10분 뒤, 현무-2 미사일이 발사 직후 떨어졌으나 “인명 피해는 없다”고만 알렸다. 이날 오전 내내 비판 여론이 확산된 뒤에야, “주민들이 이렇게 많이 놀라고 불안해한 점은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반응을 내놨다.
북한이 잇따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7차 핵실험 가능성까지 높아진 엄중한 안보 상황이다. 4일 미·일 정상이 강력한 어조로 북한을 규탄하고 미 항공모함이 다시 동해로 향하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런 정세 속에서 군의 무능, 그리고 국민들에게 상황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무책임한 대응은 국민들의 안보 불안을 키울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한국형 3축 체제’의 주요 부분인 현무 미사일이 ‘오발탄’이 된다면 북의 위협에 ‘상시 압도적 대응’을 하겠다는 군의 발언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