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뉴욕주 포킵시의 아이비엠(IBM) 연구센터를 찾아 연설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날 반도체 제조와 연구 개발을 위해 뉴욕주에 10년간 2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포킵시/ AFP 연합뉴스
미국이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를 중국 반도체 업체들에 사실상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력한 수출통제 조처를 발표할 예정이다.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당장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갈수록 강도를 높이고 있어 중장기적인 피해가 우려된다.
<로이터>의 6일 보도를 보면, 미국 업체들이 중국 반도체 기업들에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를 팔려면 미국 상무부의 허가를 얻어야 하는데, ‘원칙적 불허’ 방침이 적용될 예정이다. 적용 기준은 디램은 18나노미터 이하, 낸드 플래시는 128단 이상, 로직 칩은 14나노미터 이하다. 이번 조처는 첨단 반도체 칩 제조에 필요한 장비 수출을 제한함으로써 중국의 ‘기술 굴기’를 저지하려는 것이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특정 반도체 업체에 10나노미터 이하 최첨단 장비 반입을 금지시켰던 데 견줘서도 포괄적이고 강도 높은 제재로 평가된다. ‘기술의 두뇌’인 반도체는 휴대전화·노트북 같은 전자기기뿐만 아니라 운송·금융·첨단무기 등의 필수 원자재여서 인프라와 국가 안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미국이 반도체 분야의 기술적 우위 확보에 사생결단식으로 나서는 이유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로이터>는 삼성전자 등 한국 업체들도 중국에 장비를 반입하기 위해선 건별로 상무부의 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사실상 새 규제에서 제외된다고 전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심사 과정에서 영업비밀 유출, 심사 지연 등이 발생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미국의 추가 제재 가능성 등 불확실성으로 인해 중국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빠른 경기사이클을 특징으로 하는 반도체 산업 속성상 이런 불확실성은 공장 신증설 등 신속한 투자 결정을 방해할 수 있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은 우리에게 중국의 추격을 지연시키는 기회 요인도 있으나, 기업 경쟁력 위축과 중국 시장 상실이라는 위험을 내재하고 있다. 국제관계에선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 국익이 최우선이다. 미국의 인플레 감축법이 전기차와 관련해 동맹국들을 차별대우한 게 잘 보여준다. 반도체 등 첨단기술 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이런 변화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미국의 대중국 제재 관련 정보를 사전에 파악해 신속히 대응하는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유럽·일본 등 유사한 이해관계를 가진 국가들과 공조해 미·중의 부당한 조처들에 대해서는 국제규범을 준수하도록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