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3일 오후 서울 국회의사당의 모습.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가 반환점을 돌았지만,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감시·견제’라는 국감 본연의 의미는 찾아볼 수 없다. 여당은 윤석열 정부를 비호하며 전 정부 과오 찾기에 열을 올리고, 야당은 현 정부 및 윤 대통령 주변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에 공세를 퍼붓고 있다. 막말에 색깔론까지 등장한 신구 권력의 진흙탕 싸움 속에 경제·안보위기 돌파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 4일 개시된 국감은 윤 대통령의 ‘외교참사’ 논란, 감사원의 문재인 전 대통령 서면조사 통보 등으로 여야 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에서 시작됐다. 국감 첫날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상대 국감은 박진 외교부 장관 거취를 놓고 여야가 충돌하면서 감사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6일 법무부 상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선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놓고 ‘김건희 특검’ 공방이 펼쳐졌고, 고성 끝에 결국 민주당 의원들이 전원 퇴장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11일 감사원 국감에선 유병호 사무총장과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로 인해 감사원 독립성 문제가 다른 이슈를 압도했다. 피감 기관장 사퇴를 종용하며 “혀 깨물고 죽지 뭐 하러 그런 짓을 하냐”(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서해 피살 공무원에 대해 “뻘짓거리를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귀를 의심하게 되는 저질 발언도 난무했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은 시대착오적 색깔론을 언급하다가 퇴장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여야의 고성과 막말 공방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제소·맞제소로 이어졌으나, 윤리특위는 아직 구성도 되지 않았다. 보여주기식 쇼인 셈이다.
북한의 위협은 날로 고조되고 대내외적 경제위기로 민생고는 날로 심화하고 있다. 하지만 행정부를 견제하고 대책을 고민해야 할 여야는 서로 흠집 내기에만 열을 올린다. 말로만 민생을 외칠 것이 아니라, 24일까지 남은 국감 기간은 정쟁 대신 실질적 정책을 토론하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