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년 전 금감원 ‘삼바’ 분식회계 처리 문제삼은 감사원

최재해 감사원장(왼쪽)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감사원이 4년 전 금융감독원의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혐의 관련 처리에 대해 뒤늦게 감사에 착수한 데 이어, 금융위원회도 감사원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당시 금감원은 삼바에 ‘조치 사전통지서’를 보냈다는 짤막한 사실을 언론에 알렸는데 이것이 비밀 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감사원과 금융위의 주장이다. 감사원과 금융위도 이미 알고 있었던 이 사안을 4년이 지난 시점에 문제 삼는 배경이 의심스럽다.

금감원은 2018년 삼바가 기업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분식회계를 했다는 의혹을 확인하고자 특별감리를 실시했다. 그리고 그해 5월1일 “삼바에 대한 감리를 완료하고 ‘조치 사전통지서’를 회사 및 감사인에게 통보했다”고 출입기자단에 공지했다. 조치 사전통지는 금감원의 감리 결과를 통보하고 반론을 듣는 절차다. 당시 일부 언론이 이런 공개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금융위는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금감원이 사전통지 사실의 공개 방법 등을 미리 금융위에 알렸으며, 사전통지에 관한 사항은 금감원이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대한 지도·감독 권한을 가진 상위기관이 문제가 없다고 밝힌 것이다.

그런데 금융위는 최근 감사원이 이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하자 정반대 답변을 했다. <한겨레> 17일치 보도를 보면, 금융위는 ‘금감원이 위법 사실 적발과 조치 예상 정보를 대외에 공개한 행위는 비밀 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회신했다고 한다. 행정부처가 이렇게 유권해석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게 정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금융위는 입장을 바꾼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길 바란다.

감사원의 뜬금없는 감사와 금융위의 입장 선회는 전 정권에서 독립적인 감독을 했던 금감원 임직원들에 대한 ‘표적 감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분식회계 같은 중대한 업무 처리를 사소한 절차를 문제 삼아 임직원 징계에까지 나선다면 어느 누가 독립적이고 엄정한 감독을 할 수 있겠는가. 이 사안은 현재 진행 중인 삼바 분식회계 재판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가벼이 볼 사안이 아니다. 금감원의 처리 절차에 위법성이 있었다고 감사원이 결론을 내리면 삼성 쪽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감사원과 금융위 관료들이 ‘대기업 프렌들리’인 새 정권에서 ‘삼성 봐주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는 점도 유념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