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남궁훈·홍은택 각자대표가 1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에스케이씨앤씨(SK C&C) 판교데이터센터 화재에서 비롯한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에 책임지고 19일 서비스를 총괄하던 남궁훈 카카오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남궁훈, 홍은택 각자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를 하며,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이용자와 파트너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보상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무료 이용자들에게도 보상 방침을 밝힌 것은 잘한 일이다. 제대로 배상·보상하는 것이 이용자 신뢰 회복의 출발점임을 명심하고, 구체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이번 먹통 사태는 카카오가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의 기본인 서버 이중화를 제대로 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카카오는 데이터 등은 이중화가 돼 있었으나 개발·운용 도구가 이중화돼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데이터센터가 작동을 멈추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명확히 인식하고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홍은택 대표는 “저희가 추구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가치를 잊었던 것 아닌가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며 “초심으로 돌아가 이용자분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피고 챙기겠다”고 말했다. 결코 빈말에 그쳐선 안 된다.
카카오는 사고 원인을 구체적으로 밝혀 책임 소재를 규명하고 향후 비슷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는 환경을 빈틈없이 갖춰야 한다. 어이없는 잘못이 드러나면 부끄러워질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밝히는 용기가 반성의 증거가 될 것이다. 다른 기업들에도 좋은 교훈이 될 것이다.
카카오는 카톡 신고 탭에 피해신고를 접수하는 채널을 별도로 열고, 신고 접수 내용을 바탕으로 배·보상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해온 사람들에게는 배상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는데, 이들에게도 보상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오늘날 카카오가 여러 서비스로 사업을 계속 확대해가며 돈을 버는 데는 대규모 이용자와 그들이 생산하는 이용자 데이터가 기반이 되고 있다. 무료 이용자들이 카카오로부터 혜택을 받기만 한 것이 아니라, 카카오도 그들로부터 많은 것을 얻는다.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 못 한 무료 이용자들에게도 보상해야 하는 이유다. 앞으로 나올 구체적인 배·보상안은 카카오가 이용자를 어떤 관계로 보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