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앞으로 5년간 공공분양주택 50만호 중 68%에 해당하는 34만호를 청년층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26일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한 역세권 청년주택 신축 현장.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부터 2027년까지 5년간 수도권에 36만호 등 전국에 50만호의 공공분양주택을 공급(인허가)하는 세부 방안을 26일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공급한 14만7천호의 3배를 넘는 규모다.
이번 계획은 지난 8월 발표한 ‘향후 5년간 전국에 270만호 주택 공급 계획’ 가운데 공공분양주택 부문에 대한 것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주택 가격이 떨어지고 부동산 경기가 급랭하고 있어 정부의 계획대로 실행될 수 있을지 벌써부터 우려가 나온다. 기왕 약속했다면 정부에 대한 신뢰가 깨지지 않게 빈틈없이 잘 준비해 목표 달성에 차질이 없어야 한다.
공공분양의 청년 배정 비율은 문재인 정부 때의 66%(14만7천호 가운데 9만7천호)에서 68%로 더 올라간다. 미혼청년을 대상으로 5만2500호를 새로 공급하고, 신혼부부 배정 물량이 8만호에서 15만5천호로 늘어난다. 중장년층에 대한 공급도 5만호에서 16만호로 늘어나긴 하지만, 오랜 기간 청약저축을 납입해가며 시세보다 분양가가 싼 공공주택에 기대를 걸어온 사람들로부터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정부가 취지를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시세의 70~80% 가격에 분양하면서 저금리의 장기 모기지론을 도입하면 입주자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꽤 완화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수도권은 분양가가 비싸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진 고소득 청년이 아니면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전체 공급물량의 절반인 나눔형의 경우 5년 뒤 공공에 다시 팔면서 시세차익의 70%를 챙길 수 있는데, 팔고 떠나는 사람이 많다면 성공적인 정책이라 하기 어렵다. 많은 청년이 입주할 수 있게 주택 규모가 작더라도 분양가를 더 낮춘 주택의 공급이 많아야 한다.
정부의 이번 계획은 공공주택 정책을 임대보다 분양 쪽에 초점을 두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미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분양 지원 관련 예산을 크게 늘리고, 공공임대주택 관련 예산은 5조6천억원 줄인 바 있다. 서민 주거비 안정과 이를 통한 집값 안정을 목표로 하는 공공주택 정책에서 한정된 재원을 잘 쓰는 방향인지 의문이다. 주거비 안정을 위해서는 정부가 임대료를 관리할 수 있는 장기 공공임대주택 재고 확충에 재원을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우리나라는 실질적인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5% 수준으로 아직 매우 낮다. 연말에 발표하는 공공임대 정책을 주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