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정부가 27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생중계로 공개했다. 경제가 위기로 치닫는 시기에 정부가 신뢰할 수 있는 방향을 보여주며 국민 역량을 모아보자는 취지라면, 설사 ‘이벤트성’이더라도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날 회의는 이름에 걸맞은 경제 상황에 대한 비상한 인식이나 민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고물가, 고금리에 높은 환율, 큰 폭으로 떨어진 주가, 최근 자금시장 경색에 따른 신용 스프레드 확대 등은 국민이 경제위기를 체감하는 지표들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우리 경제가 3분기에 전기 대비 0.3% 성장에 그쳐, 2분기의 0.7%에서 성장 속도가 크게 둔화됐다고 밝혔다. 국민들은 정부가 이런 경제 상황을 어떤 각오와 방책으로 헤쳐갈 것인지 듣고 싶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추경호 부총리는 ‘복합위기 상황’이라면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수출 활성화’가 핵심이라는 말로 방향을 이끌어갔다. 세계 경제가 빠른 속도로 후퇴해가는 국면에서 현실성이 떨어져, 공감하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추 부총리는 “기업인들 입장에서 고금리로 인해 투자와 경제활동이 위축된 가운데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정부가 어떤 정책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이 있어” 회의를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장관들은 ‘원전산업 수주’ 등 성과와 추진하는 정책을 자랑하는 기회로 삼았다. 고물가에 지친 국민들에 대한 위로나 민생 문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돈이 석유자원국으로 몰리면서 건설 수요가 올라가고 있다며 “이를 기회 삼아 연간 수주 500억달러를 목표로 뛰겠다”고 했다. 고유가로 인한 국민의 고통은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란 말”(국토부 건설국장)에 덮여버렸다.
정부의 세법 개정안이 이미 예산안과 함께 국회에 넘겨져 있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기재부에 강력하게 요청해서 세제 지원을 대폭 이끌어내라”고 했다. 업계가 ‘연말에 만료되는 30인 미만 영세업체의 추가연장근로제도 일몰’ 폐지를 요구한다는 이영 중기벤처부 장관의 말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년 연장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정부는 중요한 정책을 이리 쉽게 만드나 하는 의구심도 남긴 회의였다. 윤 대통령은 “쇼는 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는데, ‘쇼’조차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