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로 울릉도에 공습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북한이 2일 분단 이후 처음으로 동해상 북방한계선(NLL) 이남 우리 영해 근처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군 최고 수뇌부를 동원해 핵무기 사용 위협까지 하고 나섰다. 한·미가 대규모 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 정세가 극히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은 이날 아침부터 6시간36분 동안 세차례에 걸쳐 최소 25발의 미사일을 무더기로 발사했다. 이 중 1발은 울릉도 방향으로 향하다가 우리 영해에 매우 가까운 속초 동쪽 57㎞ 지점 공해상에 떨어졌다고 합참은 밝혔다. 남쪽을 향한 북한의 첫 탄도미사일 발사는 이제까지의 위협 수위를 크게 뛰어넘는 것이다. 북한은 이날 동해 해상완충구역으로 100여발의 포병사격을 해 9·19 군사합의를 정면 위반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실질적 영토 침해 행위”라고 지적하며 엄정한 대응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군은 F-15K와 KF-16 전투기에서 동해 엔엘엘 이북 공해상을 향해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우리 군의 미사일이 엔엘엘을 넘어간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남북이 엔엘엘 이남과 이북으로 미사일을 주고받으면서, 9·19 남북군사합의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것 아니냐 우려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이번 도발의 이유로 한·미 군용기 240여대가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실시되고 있는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을 지목했다. ‘북한군 서열 1위’인 박정천 북 노동당 비서는 1일 밤 한·미의 이번 훈련을 “침략적이고 도발적인 군사훈련”이라고 비난하면서, 핵무기를 의미하는 “공화국 무력의 특수한 수단” 사용을 위협하기도 했다. 핵 보유의 자신감을 과시하려는 북한이 최근 한-미 훈련에 강하게 맞대응하면서 국지도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이 이태원 참사로 큰 슬픔에 빠진 상황을 아랑곳하지 않고, 북한이 이런 무모한 도발에 나선 점이 특히 유감스럽다. 북한은 한반도 상황을 극히 위험한 길로 몰고 가는 긴장 고조 행위를 멈춰야 한다.
정부는 위태로운 상황이 대규모 안보위기로 확대되지 않도록,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조처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날 울릉군에 공습경보가 발령된 뒤 20여분이 지나서야 주민들에게 대피 문자가 전달된 혼선도 다시는 없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강 대 강으로 맞서는 남북이 통제불능의 위기로 치닫지 않도록 물밑 대화 등 전방위적 위기관리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