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이태원역 출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기리며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를 막지 못한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가리는 막중한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경찰이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서울소방재난본부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셀프 수사’라는 불신을 떨치기 힘들다. 정치권에서는 국정조사 요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고, 총체적인 진상 규명이 가능한 조사·수사 주체를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
다급한 112 신고에도 불구하고 경찰력 투입이 늦어진 것은 보고·지휘 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태원을 관할하는 용산경찰서장이 참사 직전까지 용산 대통령실 인근의 집회 현장을 통제하고 있었고, 서울경찰청 112종합상황실의 책임자는 사고 발생 1시간을 넘겨서야 상황실에 복귀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수뇌부가 보고를 받은 것도 1시간이 훨씬 지나서였다. 당일 저녁 인근에 대기 중이던 기동대도 있었으나 현장에 투입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기본마저 내팽개친 경찰의 대처가 참사를 막지 못한 직접적 요인의 하나인 만큼, 우선 진상을 밝혀야 할 대목이다. 하지만 경찰 수뇌부와 직결된 ‘지휘 실패’ 문제를 경찰 수사로 제대로 규명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또 이번 참사의 원인이 경찰의 당일 부실 대처에 한정되는 것도 아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핼러윈 축제에 역대급 인파가 몰릴 게 뻔히 예상됐는데도 사전 대책 마련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묵과할 수 없다. 과거 핼러윈 축제 때 지자체·경찰·소방·상인회 등이 질서 유지와 긴급 상황 대처 등의 대책을 세웠던 것과 대비된다. 서울시·용산구 등 관할 지자체의 책임도 명확히 가려야 할 부분이다. 나아가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 등의 사전·사후 대처가 적절했는지도 따져야 한다. 결국 국민의 안전을 돌보는 국가 기능이 실패한 근본 원인까지 밝혀내야 하는 것이다.
이를 경찰 수사에만 맡겨둘 수 없음은 명확하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점만 봐도 국정조사 필요성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더 철저한 조사를 위해 전문가와 피해자 등이 참여하는 독립적인 조사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책임자 처벌을 위한 수사는 특검을 통해 진행하고, 근본적인 원인 파악과 대책 마련을 위해 별도의 진상조사를 병행하는 게 바람직한 방안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