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을 쏜 다음날 곧바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국제질서 혼란 국면을 이용해 실질적 핵보유국 굳히기에 나선 북한이 다양한 수단을 동원한 도발 수위를 계속 높여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에 출구가 보이지 않는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북한은 3일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발과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은 ‘화성-17’형으로 알려졌는데, 2단 추진체까지 분리된 뒤 동해상에 떨어졌다. 3단 추진체 분리에는 실패했지만 마하 15(음속 15배)까지 속도를 내 지난 발사에 비해 기술적으로 진전된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로 볼 수 있다. 북한은 핵탄두를 미국 본토까지 날릴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미국을 위협하려는 전략적 목표를 가지고 있으므로, 앞으로 사거리가 1만5천㎞가 넘는 ‘화성 17형’의 핵심 기술을 완성하기 위한 발사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남쪽을 겨냥한 미사일을 25발이나 대량 발사한 다음날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단도미사일 발사에 나서는 등 도발 수위를 계속 올리고 있는 것은 7차 핵실험도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징후여서 더욱 우려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지대지 미사일 현무-2C의 낙탄에 이어 2일 중거리 미사일 ‘천궁’이 발사 뒤 자폭하는 등 우리 군의 기본적 대응 능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잇따르는 것도 걱정스럽다.
북한은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을 도발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더 근본적인 목표는 미중 갈등이 격화하고 북-중-러 공조가 강화되는 상황을 이용해 핵·미사일 전력을 계속 강화하면서 핵 보유국 지위를 굳히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의 이런 전략은 결국 한미동맹과 한미일 군사 협력 강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동북아의 긴장과 군비경쟁을 가속화하고, 남북 모두를 더욱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게 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한미 확장 억제 실행력을 더욱 강화하고 한미일 안보 협력도 확대하라”고 지시했다. 한미 공군은 4일까지 진행할 예정이었던 ‘비질런트 스톰’ 훈련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한국에서 자체 핵무기 개발론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에서도 평화헌법 개정과 재무장 움직임에 힘이 실릴 것이다. 북은 정녕 이런 상황을 원하는가. 도발을 멈추고 방향을 전환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