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비질런트 스톰 훈련 마지막날 미 공군 B-1B 전략폭격기 2대와 한국 F-35A 4대, 미국 F-16 4대가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합참 제공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이 미국 전략폭격기 B-1B 랜서까지 참가한 훈련을 끝으로 종료됐다. 한·미 국방장관은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 전략무기 전개 등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는데 북한이 핵을 사용한다면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는 문구까지 담았다. 핵 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려는 북한과 한·미 확장억제 강화가 강 대 강으로 맞서면서 위태로운 ‘긴장의 상시화’가 우려된다.
이번 훈련 마지막날인 5일 미 공군 전략폭격기 B-1B가 한반도로 날아와 한국 전투기와 함께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미국의 전략폭격기 가운데 가장 빠르고 가장 많은 폭탄(약 60톤)을 탑재할 수 있는 B-1B의 한반도 전개는 2017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이날 북한은 서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4발을 쏘며 반발했다. 지난달 31일 시작해 이날 끝난 훈련 기간 동안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미사일 35발을 동해·서해로 발사하며 전례 없는 고강도 무력시위를 벌였다. 북한이 도발 수위를 이례적으로 높였고, 그때마다 한국도 즉각 맞대응하면서 우발적 충돌 우려도 커졌다.
이에 대해 한·미는 지난 3일(현지시각)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미국 전략무기의 적시 전개와 연합훈련 강화 등으로 대북 억제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미국이나 동맹·우방국에 대한 (북한의) 전술핵을 포함한 어떠한 핵공격도 용납할 수 없으며, 이는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에 대한 경고의 의미가 담겼지만, 북을 지나치게 자극할 수 있다.
이번 한-미 훈련은 끝났어도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은 장기화할 조짐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미-중 갈등 속에서 북·중·러의 전략적 밀착으로 한반도의 안보 상황이 근본적으로 변했다. 북한의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를 논의하기 위해 4일 소집된 유엔 안보리 회의도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 엄호’ 속에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한국의 안보가 근본적 딜레마에 부딪혔고 쉬운 해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미가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대응책은 불가피하지만 그것만으로 이 위기를 해결할 수는 없다. 강 대 강으로 대결할수록 상황은 더 어려워지고 우발적 충돌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다. 상황을 신중하게 관리하면서 장기적으로 복합적 전략과 외교를 펼쳐갈 정부의 역할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