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8일 “(대통령실의) 국정상황실은 대통령 참모조직이지 대한민국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당시 대통령실 대처의 적절성 여부를 따지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한 말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박근혜 청와대’가 거듭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강변했던 걸 떠올리게 한다. 경찰의 잘못에 대해서는 추상같이 질책하면서도, 대통령실에는 어떤 책임도 없다고 발뺌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김 실장은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국정감사에 출석해 “재난 컨트롤타워는 국정상황실이 아니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때 ‘청와대 책임론’이 분출하자 김기춘 비서실장 등 청와대 핵심 인사들이 내놓은 ‘책임 회피’ 논리와 판박이다. 당시 청와대는 참사 책임을 해경에 돌리는 데 급급했고, 결국 해경은 해체됐다. 이태원 참사의 모든 책임을 경찰에 떠넘기고 있는 현 정부의 행태도 그때와 다르지 않다.
김 실장은 한술 더 떠 “국정상황실이 (대처를) 아주 잘했다고 보고 있다”고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경찰과 소방의 보고·지휘·협업 체계의 붕괴에 총체적인 책임을 져야 할 대통령실이 어떻게 이런 말을 해명이랍시고 내놓을 수 있는지 놀랍기만 하다. 그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의 인책론에 대해서는 “매번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장관 바꿔라, 청장 바꿔라, 이것도 좀 후진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실장이 야당 추궁에 무책임한 답변을 이어가는 동안 김은혜 홍보수석은 강승규 시민사회수석과 “웃기고 있네”라고 필담을 나눴다. 대통령실의 이런 행태는 윤석열 대통령이 “상황에 대한 관리가 안 돼 대규모 사고가 났다고 하면 그것은 경찰 소관”이라며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터이다.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헌법상 책무가 부여된 자리다. 그리고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그 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보좌하는 기구다. 국가의 가용 자원을 신속하게 동원해야 할 대형 참사에서 컨트롤타워는 대통령실이 될 수밖에 없다. 협량하게 법 조항과 행정 체계를 따질 일이 아니다. 국가 안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수많은 무고한 시민이 희생된 참사를 겪고도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참사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낯 뜨거운 책임 회피는 이제 그만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