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7형.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한·미·중·일의 연쇄 정상외교가 끝나자마자 18일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탄도미사일(ICBM·아이시비엠)을 발사하며 도발 수위를 끌어올렸다. 최선희 북 외무상이 한·미·일 3국의 확장억제 강화에 반발하면서 더욱 맹렬한 군사적 대응을 위협한 지 하루 만이다. 북한 아이시비엠 기술이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드러나면서 한국 안보에도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날 동해상으로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아이시비엠 1발을 발사했는데, 비행거리는 약 1천㎞, 최고고도 약 6100㎞, 속도 약 마하 22(음속의 22배)로 탐지됐다. 고도를 낮춰 정상 각도로 발사하면 사거리 1만5천㎞가 넘어 미국 본토 대부분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화성-17형은 세계 최장 ‘괴물 아이시비엠’으로 불리고, 핵탄두를 여러개 탑재해 여러 도시를 공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추정된다. 군과 정보당국은 이번 발사가 최종 성공인지에 대해 “분석 중”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한다.
한·미·일과 북·중·러가 대립하는 정세도 중요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미·중·일의 연쇄 회담에서 한·미 정상은 북한이 도발을 자제하도록 중국에 역할을 할 것을 촉구했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북한의 합리적 우려”를 강조하는 데 그쳤다. 중국의 암묵적 지지를 재확인한 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아이시비엠 발사로 한·미·일에 ‘강 대 강’으로 맞서겠다는 신호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이런 북한의 움직임은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프놈펜 정상 성명’ 등을 통해 뚜렷해진 한·미·일 공조를 더욱 강화시킬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발사에 대해 한-미 연합방위태세와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지시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던 타이 방콕에서도 한국(한덕수 국무총리), 미국, 일본,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 6개국이 긴급 정상회의를 열었다.
북한이 7차 핵실험까지 갈지, 미국 등을 향한 압박용 시위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핵을 보유했다는 북한의 과도한 자신감에 근거한 도발 수위 높이기는 자칫 오판으로 이어져 남북한의 공멸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 북한의 의도와 정반대로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이 강화되고 자신들의 안보·경제에도 부담이 될 것임을 직시하길 바란다. 정부는 안보 대응을 철저히 하면서도, 긴장과 충돌 우려를 낮출 외교를 포기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