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연설하는 모습을 다음날 <조선중앙텔레비전>이 방영했다.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24일 한국의 ‘대북 독자 제재’ 추진에 반발하며 내놓은 담화에서 노골적으로 남남갈등을 선동하고 “서울은 우리의 과녁”이라고 위협했다. 계속되는 도발로 위태로운 상황을 초래한 북한이 서울을 겨냥한 노골적 핵위협과 내정간섭까지 나선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김여정 부부장은 이날 새벽 6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대북 독자 제재를 ‘무용지물’로 규정하고, 윤석열 대통령을 “천치바보”라고 비난했다. 그는 “(한국) 국민들은 윤석열 저 천치바보들이 들어앉아 자꾸만 위태로운 상황을 만들어가는 ‘정권’을 왜 그대로 보고만 있는지 모를 일”이라며 “그래도 문재인이 앉아 해먹을 때에는 적어도 서울이 우리의 과녁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한국의 독자 제재 방침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논의하려고 소집된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중·러의 반대로 어떤 조처도 나올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한 것이다. 그런데도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책임을 전적으로 한국 정부의 정책 탓으로 떠넘기고만 있는 것이다.
그는 또 한국의 전임 정부와 현 정부를 비교하며 윤 대통령에 비판적인 여론을 자극해 남남갈등을 유도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에 대해 한국 내에서 적잖은 비판이 있지만 이는 한국 사회가 토론할 일이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도를 넘은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담화는 한국을 “미국의 충견이고 졸개”라거나 “미국이 던져주는 뼈다귀나 갉아 먹으며 돌아치는 들개”라는 등 적의에 찬 막말로 가득하다. 저급한 언사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무엇보다 김여정의 ‘서울 과녁' 발언은 지난 9월 핵무력 법제화를 비롯한 최근 북한의 핵 상황을 고려할 때, 1994년 북한의 ‘서울 불바다' 위협보다도 한층 심각한 노골적 핵위협으로 비칠 수밖에 없어 매우 심각하다. 최근 한-미 훈련 등을 명분으로 무더기 탄도미사일 발사 등을 했던 북한이 제재 추진을 핑계 삼아 더욱 위험한 도발에 나설 가능성에 다각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국제질서 변동과 북한 핵·미사일 고도화가 맞물리면서 한반도가 장기적인 안보 위기의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외교·안보만큼은 정치권을 비롯한 한국 사회가 과도한 정쟁을 멈추고, 한반도의 군사 충돌 위험을 막고, 긴장을 완화할 방안과 장기적인 전략 모색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