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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금융시장까지 흔드는 한전 적자, 근본 대책 필요하다

등록 2022-11-25 18:24수정 2022-11-25 18:41

한국전력 적자 문제가 1년 넘도록 해결이 되지 않으면서 금융시장에까지 부담을 주고 있다. 사진은 전남 나주시 빛가람혁신도시 한전 본사 모습. 연합뉴스
한국전력 적자 문제가 1년 넘도록 해결이 되지 않으면서 금융시장에까지 부담을 주고 있다. 사진은 전남 나주시 빛가람혁신도시 한전 본사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한국전력 적자 문제가 1년 넘도록 해결되지 못한 채 악화하고 있다. 부실이 누적되면서 이제는 한전이라는 한 공기업의 유동성 문제를 넘어 우리나라 자금시장 전반에 부담을 주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땜질식 처방만 내놓을 뿐 근본적 대책을 내놓지 않아 우려스럽다.

한전은 올해 1∼3분기 영업적자가 21조8천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적자(5조8천억원)를 훌쩍 뛰어넘었고, 이런 추세라면 올해 적자 규모가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자금 사정이 악화하자 발전 자회사들에 지불할 전력구매대금을 채권시장에서 조달하며 근근이 버티고 있다. 한전이 발행한 공사채(한전채)는 2020년 3조4천억원, 지난해 10조4천억원에서 올해는 10월까지 27조원으로 급증했다. 문제는 이것이 신용경색으로 얼어붙은 채권시장에도 큰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신용등급이 높은 한전채가 자금을 빨아들이며 일반 기업의 회사채 발행을 경색시키는 ‘구축 효과’를 초래하고 있다.

급기야 한전은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는 한도까지 넘길 위기에 처했다. 현행법상 ‘자본금+적립금’의 2배까지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는데, 올해 대규모 손실이 회계에 반영되면 내년부터는 더 발행할 수 없게 된다. 그러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24일 발행한도를 5배로 늘리는 한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 조처는 한전이 일시적으로 법 위반을 피할 수 있도록 해줄 수는 있지만, 해법이 될 수는 없다. 정부는 또한 한전채 발행을 줄이고자 은행들로 하여금 2조원가량의 대출을 해주도록 주선했다. 은행도 대출자금 조달을 하기 위해선 은행채를 발행해야 하기 때문에 이 또한 채권시장에 부담을 주기는 매한가지다.

정부는 올해 들어 전기요금 소폭 인상, 한전 자구 노력,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 도입 등의 대책을 내놨으나 한계가 분명하다. 국제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인한 비용 상승분을 전기요금에 제때 반영하지 못하면 한전의 적자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고물가 상황에서 정치적 부담을 지지 않기 위해 전기요금 추가 인상을 주저하나, 이런 때일수록 국민들을 설득하며 정공법을 써야 한다. 에너지 위기가 장기화하고 있는 만큼 전기요금을 현실화하고, 부담이 큰 취약계층에겐 재정 지원을 강화하는 방식 외엔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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