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및 G20 정상회의 참석 등 동남아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환영인사들의 영접을 받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지 한달이 다 되도록 물러나지 않고 있다. 국민 안전 관리 주무 장관으로서 책임을 망각한 처신이다. 정부의 부실 대응으로 대형 참사가 벌어졌는데 주무 장관이 이런 식으로 버티는 건 과거 독재정권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이 장관은 더 이상 국민들의 분노를 외면하지 말고 하루빨리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이 장관을 경질해야 할 이유는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행안부 장관은 국민 안전을 위한 경찰의 치안 사무 관장,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 총괄·조정의 책무를 진다. 지난 16일엔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이 장관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이것만으로도 인사권을 갖고 경찰을 지휘하는 행안부 장관 자리에 머물 자격은 상실했다. 하물며 이 장관은 참사 직후 정부와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는 섣부른 망언을 연발하며 국민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지난 12일 공개된 인터뷰에선 “누군들 폼나게 사표 던지고 싶지 않겠느냐”는 오만한 발언으로 공분을 샀다. 어떻게든 자리를 보전하겠다고 뻗대면서, 응당 져야 할 책임을 한낱 ‘폼’으로 깎아내린 것이다. 사퇴를 요구하는 민심마저 능멸하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이 장관이 역주행을 계속하는 건 인사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의 든든한 뒷배를 믿어서일 것이다. 윤 대통령은 경찰 실무선에 참사 책임을 돌리며 고교·대학 후배인 이 장관을 한껏 감싸고 있다. 지난 16일 동남아 순방에서 귀국하면서는 마중 나온 이 장관에게 “고생 많았다”며 격려했다. 더불어민주당이 28일까지 이 장관을 파면하라고 요구했지만, 대통령실은 “진상규명이 먼저”라며 일축하고 있다. 지난 25일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열린 여당 지도부 초청 만찬에서도 이 장관 거취에 대한 논의는 일절 없이 “수다를 떠는 분위기였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정권에 대한 민심의 분노엔 아랑곳 않는 행태다.
지난 9일 발표된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선 안전·행정 관련 책임자 경질에 ‘동의한다’는 응답 비율이 73.8%에 이르렀다. 희생자 유족들도 지난 22일 기자회견에서 “이 장관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진실규명도 제대로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 심판은 이미 끝났음을 말해준다. 이 장관과 윤 대통령이 계속 버티기와 감싸기로 일관한다면 민심의 역풍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