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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이태원 참사 한달,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등록 2022-11-28 19:36수정 2022-11-28 19:41

28일 서울 이태원 참사 현장에 추모 메시지가 비에 젖지 않도록 비닐막이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28일 서울 이태원 참사 현장에 추모 메시지가 비에 젖지 않도록 비닐막이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158명의 희생자를 낳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29일로 한달이 됐지만 진상 규명과 책임자 문책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간신히 합의한 국정조사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거취 논란으로 시작 전부터 삐걱거리고,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현장 대응에 나섰던 경찰·소방 등 중하위직 공무원들만 줄줄이 입건하고 있다. 책임 규명 작업이 ‘꼬리 자르기’ 수사와 정치 공방 속에 표류할까 우려된다.

재난안전 주무 장관인 이상민 장관의 ‘자리 보전’ 문제는 정국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28일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발의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까지 이 장관을 파면하지 않으면 해임결의안 또는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운다는 합의에 위배된다’고 반발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사실상 민주당이 (국정조사) 합의를 먼저 깬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민주당에 책임을 돌렸다.

정부 부실대응의 책임자이면서도 오히려 참사 직후부터 망언을 일삼은 이 장관이 지금껏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희생자 유족들도 이 장관 퇴진을 진실규명의 선행조건으로 꼽고 있다. 다만 여야가 어렵게 합의한 국정조사가 이 장관 공방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 참사의 원인과 시스템을 엄정히 규명하고 재발방지책을 세우는 것은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가 응당 해야 할 일이다. 이토록 막중한 소임을 외면하려는 어떤 행태도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경찰의 수사 상황도 우려스럽긴 마찬가지다. 수사 인력 500여명에 이르는 특수본은 이달 초 수사에 착수해 18명(27일 현재)을 입건했지만, 대부분 용산경찰서와 소방서, 구청 등의 중하위직 공무원이다. 특수본은 지난 17일에야 행안부·서울시청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이상민 장관과 오세훈 시장의 집무실은 제외했다. ‘윗선’ 수사에는 미온적이고, 현장 대처에 나섰던 실무 직원들만 희생양 삼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참사 한달 동안 정부가 국민들에게 보여준 것은 책임 회피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 등 누구도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국회는 국정조사에 전력을 다해야 하고 경찰 수사에도 성역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상민 장관은 윤석열 정부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물러나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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