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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ILO 공문도 아랑곳않는 윤 대통령, ‘노동후진국’ 될 판

등록 2022-12-04 18:21수정 2022-12-05 16:52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한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한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국제노동기구(ILO)가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정부의 노동기본권 침해 의혹과 관련해 공식 서한을 한국 정부에 보낸 사실이 4일 알려졌다. 정부의 초강경 대응이 국제적인 우려를 사고 있음을 보여준 셈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시멘트뿐 아니라 정유, 철강 등에도 즉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준비까지 지시했다.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과 올 4월 발효로 평가를 받던 한국이 몇개월 만에 자칫 ‘인권·노동 후진국’이라 불릴 수도 있게 된 상황을 정부는 깨달아야 한다.

국제노동기구는 민주노총에 지난 2일 보낸 서한에서 화물연대 파업의 정부 대응과 관련해 “즉시(immediately) 정부 당국에 개입(intervene)”했고, “관련 협약에 나오는 결사의 자유 기준과 원칙에 대한 감독기구의 입장을 한국 정부에 상기시켰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등이 지난달 28일 화물연대 파업에 내린 정부의 업무개시명령과 대체수송인력 투입이 국제노동기구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제87호)과 ‘강제 또는 의무노동에 관한 협약’(제29호) 위반이라며 긴급 개입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이 기구의 감독기구인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한국이 제29호와 제87호, 제98호 등 핵심협약을 비준하기 이전인 2011년과 2015년에도 화물 노동자들의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단체교섭권을 보장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1일 오후 인천시 중구 삼표시멘트 인천사업소 앞에서 화물연대 노조원이 피켓을 들고 경찰관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후 인천시 중구 삼표시멘트 인천사업소 앞에서 화물연대 노조원이 피켓을 들고 경찰관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노동기구가 나흘 만에 신속하게 답을 보낸 것은 그만큼 이 사안을 잘 파악하고 주목하고 있다는 의미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원문을 공개하지 않은 채, 국제노동기구의 서한은 ‘개입’이 아니라 민주노총 요청에 통상적으로 답한 ‘의견 조회’일 뿐이라고 의미를 깎아내리고 있다. 게다가 이런 사실이 알려진 날 열린 관계장관 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불법·폭력 행사 세력과는 어떤 경우에도 타협 않는다”며 더 한층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6일 국무회의에서 업무개시명령이 다른 분야로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는 운송을 ‘거부’하는 화물노동자들에게 유가보조금 지급을 제한하고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도 제외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말하는 ‘법과 원칙’이 국제규약과 어떻게 충돌하는지 아랑곳 않는 자세다. 핵심협약 비준을 미루는 한국 정부에 유럽연합이 자유무역협정(FTA)상 규정을 들며 압박했던 일 또한 이 정부는 기억하지 못하는 듯하다. 안전 문제에 대해선 한마디 대책도 내놓지 않으며 화물 노동자에게 ‘처벌’ 위협만 높이는 정부가 사태 해결은커녕, 국제사회의 ‘손가락질’까지 받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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