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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제1야당 정책능력 못 보여준 이재명 대표의 100일

등록 2022-12-05 19:24수정 2022-12-05 19:3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지난 8월 역대 최고 득표율(77.77%)로 당선됐으나, 취임 전부터 논란이 됐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운신의 폭은 날로 좁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쉼 없이 민생을 강조해왔음에도, 이 대표가 제1야당 대표로서 보인 리더십에는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다.

이 대표는 이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 대신 최고위원회의에서 소회를 밝히는 것으로 갈음했다. 전임 당대표들에 견주면 이례적이다. 이 대표 쪽은 정기국회와 여러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을 이유로 대지만, 기자들로부터 대장동 의혹 등 검찰 수사에 대한 질문이 집중될 것을 우려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대신 그는 이날 회의에서 “지난 100일간 민주당은 국민과 당원의 간절한 염원을 받들어 민생·민주의 투트랙을 중심으로 변화의 씨앗을 꾸려왔다”고 자평했고, “국민이 잠시 맡긴 권한을 민생이 아니라 야당 파괴에 남용하는 것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를 겨냥했다. 야당을 향한 검찰의 ‘맹렬한’ 수사는 논란이지만, 이 대표를 둘러싼 의혹은 결국 엄정한 수사와 재판을 통해 신속히 가려질 일이다. 다만 민주당이 ‘방탄 정당’이 되고 있다는 당 안팎의 지적은 이 대표가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이 대표가 내건 ‘유능하고 강한 민주당’이라는 구호가 얼마만큼 실현되었는지도 따져봐야 할 대목이 많다. 이 대표가 국회 입성 뒤 ‘2호 법안’으로 내건 불법사채무효법(대부업법·이자제한법 개정안)은 저신용자들을 불법사채 시장으로 내몰 수 있다는 당내 비판에 직면했다. 쌀값 안정화를 표방한 양곡관리법은 여당이 위원장을 맡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되어 있어, ‘전략도 없이 밀어붙였다’는 지적을 받는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두고는 이 대표가 갑작스레 신중론을 언급해 당내 혼선을 빚었다. 최근 화물연대 파업 역시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후속 논의를 방기했던 국회의 책임이 크고, 거대 야당 또한 비판에서 자유로울순 없다.

야당을 전혀 국정 파트너로 여기지 않는 집권 세력의 탓이 클 것이다. 하지만 정부 여당의 잇단 실책에도 민주당 지지율이 반등하지 않는 데서 보듯 이 대표의 100일 또한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데 실패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강성 지지층에 매몰되지 않고 민생 의제에 앞장서는 등 진정성 있는 행보를 보일 때 리더십도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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