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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출구 못 찾는 화물연대 파업, ‘정치’가 안 보인다

등록 2022-12-06 18:06수정 2022-12-06 20:07

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화물연대 파업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사회원로와 각계 대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정부와 국회에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화물연대 파업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사회원로와 각계 대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정부와 국회에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화물연대의 파업이 벌써 13일째로 접어들고 있지만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국정 책임자인 윤석열 대통령은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고, 그 와중에 이번 파업의 핵심 쟁점인 안전운임제는 논의 자체가 실종됐다. 지금 정부의 태도를 보면 화물연대를 무릎 꿇리는 것이 유일한 목표인 듯하다. 그렇게 ‘백기 투항’을 받아내 정부가 ‘승리’를 거머쥐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태도는 시간이 갈수록 강경해지고 있다. 마치 파업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기나 한 것처럼 일사분란하게 화물연대를 옥죄어 들어가고 있다. 파업 첫날부터 업무개시명령 카드를 꺼내들더니, 지난 5일엔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한 화물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2차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2차 현장조사는 자격 취소와 형사처벌을 위한 수순이다. 기어이 경찰력을 동원해 힘으로 누르겠다는 뜻이다. 대통령이 나서 화물연대를 범죄집단으로 치부하고 북핵 위협에 맞서듯이 대응하라고 주문했으니 말해 무엇 하랴. 국제노동기구(ILO)가 최근 한국 정부에 보낸 공문에서 ‘업무개시명령은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음에도, 정부는 귓등으로 흘려듣고 있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른 데에는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 이후 국회에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됐지만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파업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부랴부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법 개정 논의에 나섰지만, 국민의힘은 “파업 철회와 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예산안의 원상 복구 없이는 법안 심사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버티고 있다. 참으로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심지어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선노동당 2중대”, “종북으로 점철된 정치투쟁” 등 민주노총을 겨냥해 저열한 색깔 공세도 서슴지 않고 있다.

정치의 역할은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다. 노-정 간의 대화가 꽉 막힌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파국을 막으려면 지금이라도 국회가 나서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 윤 대통령도 사회 통합을 바란다면 좀 더 포용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노조에 대한 혐오와 갈라치기를 통해 얻을 게 도대체 뭔가. 6일 각계 원로 275명은 기자회견을 열어, 화물 노동자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기만 하지 말고 정부와 국회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길을 열어달라고 촉구했다. 정부와 여당의 태도 변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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