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저녁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이태원 광장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헌화를 하며 오열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158명이 희생된 ‘이태원 참사’의 생존자가 지난 12일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참사 트라우마를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참사 피해자들의 온전한 회복과 치유를 위해 우리 사회가 무엇을 했는지 돌아봐야 할 때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에선 외려 트라우마를 키우는 발언들이 잇따르고 있다.
참사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에는 사회적 지지가 큰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래야 피해자들이 ‘나 혼자가 아니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되고 고립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는 참사 피해자들을 모욕하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유족과 시민단체들이 마련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바로 앞에서 극우단체 회원들이 유족들을 향해 “자기들 잘못으로 죽었다”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 등의 막말을 내뱉는 것이 단적인 예다.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차마 해서는 안 될 짓이다. 극단적 선택을 한 생존자도 참사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댓글을 보고 힘들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처의 치유에 힘써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피해자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고 있는 건 더 용서하기 어렵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가 출범하자 “세월호처럼 정쟁으로 소비되다가 시민단체 횡령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악담을 퍼부었다. 같은 당 송언석 의원은 근거도 없이 참사 희생자와 마약을 연관 짓는 발언을 해 유족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특히 한덕수 국무총리는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정례 간담회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생존자와 관련해 “본인 생각이 좀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겠다는 생각이 더 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스톱 종합지원센터에 어려움을 충분히 제기했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도 했다. 비극적인 죽음의 원인을 피해자 탓으로 돌리는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다.
권성동 의원은 유가족협의회를 겨냥해 ‘정쟁’ 운운했지만, 사실 참사마저 정쟁화해 유족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것은 국민의힘이다. 참사에 큰 책임이 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안이 통과됐다고 국정조사를 보이콧하고, 예산안 처리를 빌미로 국정조사를 공전시킨 게 누구인가. 참사에 대한 책임 규명 없이 온전한 치유는 불가능하다는 걸 국민의힘은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