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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노조 재정 들여다보겠다는 정부, 무슨 의도인가

등록 2022-12-19 18:25수정 2022-12-19 18:33

한덕수 국무총리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제6차 고위당정협의회에 앞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대기 비서실장, 한덕수 총리,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제6차 고위당정협의회에 앞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대기 비서실장, 한덕수 총리,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노동조합 재정운영의 투명성 등 국민이 알아야 할 부분을 정부가 과단성 있게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지난 18일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참석한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노조 활동에 햇빛을 제대로 비춰야 한다”며 이를 강조했다고 한다. 뚜렷한 근거 제시도 없이 노조의 재정이 음습하게 운영돼 큰 문제인 것처럼 왜곡·과장하며 회계자료 공개를 압박하는 의도가 ‘노조 때리기’ 나아가 ‘노조 길들이기’ 차원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노조의 재정은 현재도 공개 원칙에 따라 운용되고 있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따라 노조 대표자는 연 2회 회계감사원에게 감사를 받은 뒤 결과를 조합원에게 공개하고, 회계연도마다 결산 결과와 운용 상황을 조합원에게 공표해야 한다. 또 조합원의 요구가 있으면 열람을 허용하는 것은 물론, 노동부가 제출을 요구하면 응하게 돼 있다. 그런데도 “햇빛을 제대로 비춰야 한다”는 한 총리의 말은 지나쳐도 한참 지나쳤다.

노조 재정은 조합비를 내는 조합원에 대한 공개가 원칙이고, 현행법도 그 틀 안에 있다. 국민에게 회계자료 전반을 공개하도록 하겠다는 한 총리의 주장은 근거를 찾기 어렵다. 정부는 일정 규모 이상의 예산을 운용하는 노조가 자체 예산을 행정관청에 보고하거나 외부의 회계감사를 받도록 한 외국 사례를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 설사 그럴 필요가 있다 해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을 선언하는 게 아니라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 등과 먼저 협의하고 공감을 끌어내는 게 순리다.

그날 회의에서 정진석 위원장도 “강성 귀족 노조의 기득권 지키기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른 참석자들도 이른바 ‘노동개혁’ 필요성을 돌아가며 언급했다고 한다. 그래서 갑자기 튀어나온 한 총리의 ‘투명 노조’ 발언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는 앞서 화물연대 파업 대응에서도 힘에 의한 굴복만을 추구하며 노조를 적대시하는 시각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노동개혁을 이뤄내지 못하면 정치도 경제도 망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 총리의 발언 역시 이른바 ‘강성 노조’의 힘을 빼겠다는 정치적 목적에 따라 ‘돈줄’에 해당하는 재정을 들여다보겠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일방적 강요는 반발을 부를 뿐이라는 사실을 정부가 깨달을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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