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2023년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1일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이 1.6%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첫해를 제외하곤 가장 낮은 수치로 엄중한 현실에 처해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위기 극복 방안으로 정부의 지출 확대보다는 규제완화와 감세, 금융 지원을 통한 민간 활력 제고를 제시했다. 특히 부동산 규제를 전방위적으로 풀어 경기를 인위적으로 부양하려는 정책은 커다란 후유증이 우려된다. ‘건전 재정’ 기조에 집착하다 보니 무리수를 두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다주택자에 대한 화끈한 규제완화와 임대사업자 지원 조치 부활이다.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세는 2주택자는 아예 폐지하고, 3주택 이상자는 기존 12%에서 6%로 낮춰준다. 한시 유예 중인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조치는 1년 연장하고, 규제지역의 주택대출도 주택담보인정비율(LTV) 30%까지 허용한다. 또한 85㎡ 이하 아파트에 대한 장기(10년) 매입임대 등록을 재개하고, 이들 임대사업자에게 취득세 감면, 양도세 중과 배제,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등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 이들의 주택 구매를 유도해 부동산 시장을 살리겠다는 의도다.
우리나라는 건설업 비중이 매우 높은 나라다. 경기가 나쁠 때 건설에 불을 붙이면 일시적인 경기부양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과거에 여러 차례 경험했듯이 이는 부동산 가격 폭등의 기폭제 구실을 한다. 불과 얼마 전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휩쓸었던 투기 광풍을 벌써 잊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부동산 투기가 재발하면 이미 임계점에 도달한 가계부채 문제의 뇌관을 건드릴 공산이 크다. 부동산 정책에서 온탕·냉탕을 왔다 갔다 하며 국민 경제를 악화시키는 ‘토건국가의 악순환’을 되풀이할 여유가 더이상 없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지난 몇년간 집값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폭등한 만큼 상당한 가격조정은 불가피한 현상이다. 미분양 등이 발생하면 공공이 매입한 뒤 이를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등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정부는 전기·가스요금을 큰 폭 올릴 방침도 밝혔다. 한전채의 부작용이 큰 만큼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대신에 고물가·고금리로 고통받고 있는 서민층에 대한 재정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이번 발표에서 서민층 지원 대책들은 기존 프로그램을 조금씩 늘리는 수준에 그쳤다. 민간 경제주체들이 어려울 때는 정부가 적극 역할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