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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교육의 정치 예속’ 우려 키우는 교육감 러닝메이트제

등록 2023-01-05 18:38수정 2023-01-05 18:40

윤석열 대통령과 이주호 교육부 장관(왼쪽)이 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의 새해 업무계획 보고에 앞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이주호 교육부 장관(왼쪽)이 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의 새해 업무계획 보고에 앞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교육부가 5일 새해 업무보고에서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고 시·도지사와 교육감 후보가 짝을 이뤄 출마하는 ‘러닝메이트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말이 좋아 ‘동반 출마’지, 시·도지사 후보가 교육감 후보를 지명하는 방식이어서 사실상 교육감 임명제나 다름없다. 교육자치의 근간을 훼손하고 교육의 정치 예속을 부추길 우려가 큰 정책을 교육부가 앞장서 추진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새해 업무계획을 보면, 교육부는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제 도입을 올해 추진할 10대 핵심 정책의 하나로 제시했다. 지금은 지방선거 때 유권자들이 교육감을 직접 선출하는데, 앞으로는 시·도지사만 뽑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교육감 선출 방식을 바꾸려면 지방교육자치법 등을 개정해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발의한 관련 법률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윤 대통령도 지난달 15일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러닝메이트제를 언급한 바 있다.

현행 교육감 직선제에선 정당의 교육감 후보 공천이 금지된다. 교육감 후보는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를 표방할 수 없다. 헌법이 규정한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러닝메이트제가 도입될 경우, 정당의 공천을 받은 시·도지사 후보가 미리 지명해둔 이가 주민의 선택 과정 없이 교육감으로 취임하게 된다. 러닝메이트제가 가져올 폐해는 크다. 우선, 정권심판론 등 정치적인 ‘바람’에 좌지우지되기 쉬운 시·도지사 선거에 교육이 종속될 공산이 크다. ‘정치선거’ 과정에서 교육 의제가 주목을 못 받고 주변화할 수도 있다. 지역 교육계 인사가 ‘낙점’을 받기 위해 정치권에 줄을 대는 일이 벌어지는 등 ‘교육의 정치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이유로 교육부는 최근까지도 줄곧 러닝메이트제 도입에 반대해왔다. 그러던 교육부가 갑자기 ‘적극 추진’으로 태도를 바꾼 것은 오로지 대통령의 의중을 좇아 교육자치 원칙을 내팽개친 무책임한 처사다. 국민의 선거권과 관련된 내용을 교육부가 ‘핵심 정책’으로 삼는 게 온당한지도 의문이다.

물론 교육감 직선제에 전혀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깜깜이 선거’라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그 문제는 티브이 토론 활성화와 선거공영제의 내실화 등 제도를 보완해서 해결할 일이지, 제도를 폐지해야 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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